자 오늘은 누구를 만나러 가볼까요?
네 오늘은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낭독봉사를 하고 계시는 분들 만나고 왔습니다.
김을주씨, 김윤혜씨, 성은정씨 이렇게 세 분인데요.
먼저 김을주씨와 김윤혜씨는 벌써 봉사활동을 한지 20년이 넘은 베테랑 봉사자들 이구요.
성은정씨는 작년부터 봉사를 시작한지 5개월째 되는 초보 봉사자입니다.
하지만 낭독봉사를 하는 마음의 깊이 만큼은 세분 다 깊은 듯 했는데요.
올해로 22년째 낭독봉사를 하고 있는 김을주 씨에게 시작 계기에 대해서 들어봤는데요.
22년전으로 돌아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남편하고 같이 남산을 간 적이 있어요.
근데 그때 그 시각장애인분들이 남산에 장애인들 걸어가는 길이 있더라구요. 표시가 돼서.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시는데 사실 봄에 꽃이 피어도 그 분들은 못 보시잖아요. 그런데 굉장히 행복해하면서 이렇게 걸어가시는걸 볼 때 제가 조금 더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아 사람은 자기마음속에 행복이 있으면 보이지 않아도 얼마든지 느낄 수가 있구나. 그리고 그 분들을 보면서 뭔가 제가 설명을 해주고 싶은 이렇게 꽃이 많은데, 아후.. 색도 말해주고 싶고 이런 충동을 느꼈었어요. 그리고 제가 잊어버렸죠. 그랬는데 시각장애인 복지관을 알게됬어요. 그래서 그때 저랑 연극하던 사람 3명이 같이 왔어요. 처음에는 희곡을 시작했는데, 그 2분은 관두셨고, 저만 계속 하게 되었죠.
아... 우연히 마주친 시각장애인분들을 뵙고 마음이 움직이신 것 같은데, 발성이 좋으셔서 왜 이렇게 좋으신가 했더니 연극하신 분인가봐요. 김을주씨가.
네 그렇습니다. 30대엔 연극을 하셨다고 해요. 결혼하고 육아와 살림까지 하면서 연극이란게 협업이 필요한 작업이잖아요. 그래서 계속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해요. 연극무대 올라서 익혔던 기술들을 낭독 봉사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던 것 같습니다.
김을주씨가 가진 끼를 유감없이 발휘하신 것 같은데요. 봉사를 시작하고 처음 읽었던 장르가 무협지였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현재는 무협지나 장편 소설 낭독을 전문으로 하신다고 합니다. 어떤 작품으로 김을주 씨 봉사에 문을 열었는지 들어봤습니다.
제가 여기 처음에 왔을 때 희곡을 읽었었는데요. 영웅본이란 소설이 있어요. 중국에 유명한 작가의 소설이 제가 고등학교때 영문본을 읽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날을 새면서 읽었어요. 근데 그 책이 책꽃이에 꽂혀있는거에요. 그래서 직원에게 물어봤어요.
왜 안읽냐고 사람들이. 그랬더니 그게 18권이에요. 3부작인데. 너무 장편이고 길다보니까 덤벼들지를 못했나봐요. 무협지다보니까 강한 목소리. 남자분이 읽어주면 좋은 책이잖아요.
그래서 못읽었다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그때만해도 용기가 좀 있었나봐요. 그럼 제가 한번 해볼까요? 그랬더니 아~해주시면 고맙죠. 그러시더라구요. 그래서 덤벼들었죠. 그 책을 읽었는데 너무 반응이 좋았어요. 사실 전 무협지를 좋아하지 않아요. 근데 계속 무협지만 읽어달라는거에요. 지금까지 그래서 많이 읽었죠.
평소에 수다떠는것도 오래되면 힘든데 오래 집중해서 하는게 힘들거든요.
다른분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18권이나 되는 영웅본. 용감하게 도전하셨네요.
네. 덕분에 현재 김을주씨는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인기 봉사자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장애인의 날 강동구청에서 봉사상을 수상하였는데요. 봉사자들은 매주 평균 4시간씩 낭독을 해야만 한달에 한권정도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오랜경력이고 열심히 하는 경우에만 해당되는데요. 22년동안 김을주씨가 낭독봉사로 읽은 책만 400권이 넘습니다. 김을주씨 낭독을 들어보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낭독
와 확실히 연극하신 분이라 그런지 감동을 살려서 낭독해주시니까 인기 많으실 것 같아요.
네 라디오를 듣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연극을 하신 김을주씨와 달리 김윤혜 씨는 처음 낭독을 할 때 상당히 힘든 과정이 많았다고 합니다. 김윤혜씨 역시 꽤 오랜시간 낭독봉사를 하셨는데요. 자녀분이 10살때부터 시작되서 지금은 34살이라고 하니까요. 2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김윤혜씨도 낭독봉사를 위해 목관리 뿐 아니라 잘 모르는 군대용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기 위해 주변 남자분들게 여쭤보기도 한다고 합니다. 또 북한 사투리를 위해서 친구 어머님과 통화를 하면서 녹음한 내용을 한 달이 넘게 따라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기본기가 탄탄한 김을주씨와 달리 김윤혜씨는 정말 어려운 과정을 거쳤다고 하는데요. 이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참 못했어요. 처음에. 교육을 받고 실전에 들어갔는데, 그때는 테잎으로 했는데 제가 기계치라 참 못했었어요. 그래가지고 오가면서 그걸 외웠어요. 기계를 넘어서고 나니까 제가 강원도 사람이라서 사투리가 남아있더라구요. 그래서 교육받을때마다 지적을 받았어요. 그래서 아 그만둬야겠다. 난 너무 하고 싶었던 일인데, 와보니까 적성에도 맞는데 모든게 나랑 맞지 않는거죠. 울면서 가서 생각하니 아니야. 내 나이가 몇인데, 여기서 내가 주저앉으면 뭘하겠어. 끝까지 해보자. 그러면서 속된말로 철판깔고, 무조건 덤볐어요. 모르면 모른다고 10번 쫓아가서 알려주세요. 저 몰라요. 잊어버렸어요. 처음엔 김윤혜봉사자 이런거 너무 싫습니다. 이런게 걸려서 제가 게시판앞을 지나갈땐 이런거 안봤어요. 그런데 어느 날 그런게 걸렸어요. 김윤혜봉사자가 해준게 마음에 와닿았다고. 그 뒤로부터 자신감이 생겼어요.
역시 노력을 배신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김윤혜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노력해서 이렇게 잘하시잖아요.
네 의지가 있으면 무슨일이던지 잘 할 수 있다는 걸 실천해준 분입니다. 김윤혜씨는 특히 대학이나 자격증시험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해서 문제집을 읽어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그 분야에 관심이 없다보면 재미도 없고 지루할 수 밖에 없잖아요. 그래도 자신이 맡은 일이기도 하고 시각장애인분들을 위해서 꼭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사명감을 가지고 낭독을 하신다고 합니다. 이렇게 봉사를 하다보면 뜻밖에 기분좋은 소식을 접할때가 있는데요. 어떤이야기인지 들어보시죠.
부동산 자격증따는 분이 한 분 계셨어요. 내일이 시험이면 오늘 문제집을 가져오신거에요. 문제집이 제법 두껍더라구요. 이걸 읽어줘야 공부를 하고 내일 시험이라도 보잖아요. 그런데 사실 버겁더라구요. 하고 집에 갈라하니까 이것좀 해주세요.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두분이 나눠서 읽었어요. 그런데 그 분이 합격하셨어요. 그래서 너무 좋았어요. 아 나중에 읽어주신분 너무 고맙다고. 그런데 저흰 더 고맙더라구요. 합격하셔서, 그래서 지금도 그 일하고 계신걸로 알고 있어요.
와 하루만에 공인중개사 문제집을 다 읽어주셨는데, 합격을 하니까 더 뿌듯하셨을 것 같아요.
김윤혜씨는 11년동안 시각장애인을 위한 낭독봉사를 하면서 시각장애인을 대하는 자세에도 많이 변화가 있었다고 해요. 예전엔 시각장애인이 있으면 피해가고 하셨다고 해요.
그런데 이제는 먼저 다가가서 도와드릴까요? 라고 먼저 물어보신다고해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밝고 명랑한 목소리로 녹음을 하고 싶다는 김윤혜씨. 김윤혜씨에게 낭독봉사는 어떤 의미인지 알아봤습니다.
나에 대한 선물. 나에 대한 치유. 왜냐면 내가 이런데 와서 이런 봉사를 안했다면 이 좋은 책 여러 분야, 저는 분야를 안가려요. 녹음실에서 주시는대로. 이거 하십시오. 이러면 그냥 너무 야한 소설도 읽었구요. 진짜 읽다가 너무 어떻게 내 입으로 읽을까 해서 꺼놓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아니, 쓴 사람도 있는데 이까짓거 읽지도 못하겠어? 라면서 한 적도 있어요.
저는 책이라는건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고 생각해요. 어느 한 문장이래도 제 가슴에 딱 박힐때가 있어요. 제가 이런봉사를 하면서 이런 많은 책들 너무 좋은 문장들. 읽다보면 눈물이 날때도 있어요. 이런걸 제가 여기와서 봉사를 하지 않았다면 어디가서 이렇게 좋고 많은 책들을 접하고, 이런 감정을 느끼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이런 감정이 살아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에 대한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 들으시고 낭독봉사, 나도 해보고 싶다. 이런 분들 많으실 것 같아요.
지금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는 낭독봉사 교육생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교육을 받고 오디션 후에 봉사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낭독봉사자들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하니까요. 관심 있으신분들은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홈페이지나 02-440-5231번으로 문의해주시기 바랍니다.
네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홈페이지 서울 지역번호 02-440-5231 한번 관심있는 분들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