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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서적 교감으로 얻은 자립
작성자 박아영 작성일 2021-09-14 오전 11:56:07 (조회 : 219)

 

정서적 교감으로 얻은 자립

 

  중도실명인이 재활훈련을 시작하고자 마음을 먹을 땐, 뚜렷한 계기가 필요합니다. 본인의 깨달음이나 꿈을 위한 시작, 가족들의 격려 등... 그런데 여기,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들로부터 힘을 얻고 자립에 성공한 시각장애인이 있습니다.

 

  허필진(남, 60세, 저시력) 씨는 한때 사업을 하며 남 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업 실패로 인해 경제 사정이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게 되었습니다.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고, 빈속에 술을 마시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심한 당뇨병까지 생겨 발가락이 괴사되고, 이가 하나씩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눈이 점점 흐릿해졌고, 당뇨성 망막폐쇄증으로 실명이 되었습니다.

 

  한쪽 눈이 전혀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도 ‘팔자려니’하며 안과도 가지 않았습니다. 다른 한쪽 눈까지 점점 안 보이기 시작할 때쯤에서야 동네 주민과 보건소 간호사의 도움으로 장애 등록을 할 수 있었고, 다섯 개밖에 남지 않은 이를 뽑고 틀니를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복지관과의 인연은 국민연금공단에서 이용자 의뢰가 들어오면서 시작됐습니다. 김성일 팀장(재활자립팀)과 차형훈 팀장(지역사회팀)이 그가 거주하던 고시원으로 찾아갔습니다.

 

  “처음에는 복지관, 시각장애 이야기만 나와도 안 좋아하셨어요. 중도실명의 경우 대부분 그런 반응을 보이세요. 처음 만났을 때, 이도 없으셔서 볼이 패이고, 너무 마르신 상태셨어요.”

팀장들은 그에게 자주 찾아가서 말동무가 되어주고, 치과 치료가 끝난 후엔 김치, 밑반찬을 지원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레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허필진 씨는 “생일이라고 케이크를 가져온 거야. 생일 파티 해준다고, 좁은 고시원에서 둘이 앉아서 생일 노래를 불러주는데, 얼마 만에 챙겨보는 생일인지 모르겠더라고.”라며 당시의 상황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두 팀장들의 노력에, 복지관에 부정적이었던 그는 결국 재활훈련을 받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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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와 차형훈 팀장

 

  자립의 의욕을 갖게 된 그는 송파구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복지관과 같은 지역의 이용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례관리를 종료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거주지의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사례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였지만, 그는 거절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두 팀장 덕분에 자립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는데 그들과의 관계를 끊고 싶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팀장들의 권유에 허필진 씨는 안마수련원에 입소하여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하였습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정규직이 아닌, 안마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그는 자립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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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세상에서 제일 고마운 사람은 보건소 간호사 그리고 김성일 팀장과 차형훈 팀장이야. 나 때문에 고생을 정말 많이 했어요. 쓰레기 더미에서 날 꺼내준 사람들이야. 매번 ‘어떻게 도와드리는 게 좋을까요? 필요한 것 있으면 말씀해주세요.’라고 물어봐준 게 아직도 기억에 남고, 생각하면 코 끝이 찡해.”

 

  허필진 씨는 중도실명을 한 시각장애인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습니다.

“참고 견디세요. 또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복지관을 찾아가세요. 처음엔 잘 걷지도 못하고 계단에서 구르기도 하겠지만, 곧 당신의 가는 인생의 길이 편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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