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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이 사는 세상

희망공간 시각장애인이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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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진짜 맛집을 찾아나서는 맛집 사냥꾼, 시각장애인 지석봉 씨
작성자 박아영 작성일 2019-05-16 오전 11:04:29 (조회 : 150)


진짜 맛집을 찾아나서는 맛집 사냥꾼,  
시각장애인 지석봉 씨 


맛있는 음식은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화가 잔뜩 나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한 기분을 누구나 느껴봤을 것이다. 

이왕 먹는 거,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선 먼 길을 마다않기도 한다. 텔레비전을 틀면 먹는 방송이 쉴 새 없이 나오고, 방송을 탄 음식점은 몇 시간씩 줄을 서 먹기도 한다. 

인터넷, SNS 등 온라인에는 맛집 정보가 홍수처럼 넘쳐나고, 배달음식도 시켜도 리뷰를 찾아보고 엄선해 주문한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은 맛집 리뷰를 접하면 괴리감을 느낀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사진이나 영상위주의 리뷰들이 즐비하지만, 이를 눈으로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에게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이런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주기 위해 시각장애인 당사자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맛집 탐방기’를 연재중이다. 본 복지관에서 발간하는 시각장애인 신문 ‘점자새소식’에서 ‘지석봉의 진짜 맛집’ 코너에 기고하고 있는 지석봉(남, 45세)씨. 시각장애인인 그가 어떠한 방법으로 시각장애인들에게 맛집을 소개하는 지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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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재 KBS 제3라디오(AM 1134㎑, FM 104.9㎒) ‘우리는 한 가족’에서 목요일마다 ‘지석봉의 오감나들이’ 코너를 맡았다. 시각장애인이 가볼 만한 나들이 장소, 경험할만한 것들, 맛집을 소개하는 코너다. 간단한 여행을 떠나더라도 시각장애인의 시선에 맞춰진 정보가 없어 불편함을 느낀 그가 직접 체험해보고 정보를 제공하고자 시작하였다. 

“가까운 곳을 가려해도 도움이 없으면 힘들어요. 이동뿐만 아니라 간단한 정보를 찾는 것 또한 쉽지 않죠. 그래서 제 경험을 토대로 라디오에서 나들이 정보를 청취자들에게 소개했어요. 나들이 정보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근방의 맛집 소개도 하게 되었죠. 금강산도 식후경이잖아요.”
우연치 않게 이 방송을 접한 점자새소식에서 기고를 제안했고, 그는 <지석봉의 진짜 맛집>을 시작하게 되었다. 


“원래 맛집 다니는 것을 좋아해요. 라디오에서도 나들이 다니며 맛집을 가고 있으니 크게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나의 추억과 경험이 쌓인 여러 맛집을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죠. 
라디오만 했을 때에는 시각장애인 분들의 피드백이 조금 적었어요. 
그런데 점자새소식에 글을 쓴 이후론 ‘소개 했던 맛집에 다녀왔다. 덕분에 맛있게 잘 먹었다.’라는 인사를 많이 받았어요. 경험을 공유한다는 일이 이렇게나 큰 기쁨이 된다는 것을 요즘 체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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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신대방삼거리역 부근의 ‘온누리에 생돈가스’에 방문했다. 전맹인 그는 저시력인인 아내와 손을 꼭 붙잡고 음식점을 다닌다.
“여기는 매운 돈가스로 유명한 곳이에요. 이름도 웃겨요. 
‘디진다돈가스’인데 매스컴에 많이 소개도 됐었죠. 왕돈가스도 유명한데, 기존 사이즈의 3배에요. 5분 안에 먹으면 6개월동안 음식 값이 공짜에요.”

복잡한 저녁시간대를 피해서 방문한 그는 아내와 사이좋게 고구마돈가스와 양념돈가스를 주문했다. 사람들의 입맛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메뉴를 주문해 먹어보고 소개하는 편이다.

“고기든 돈가스든 첫 술은 아무런 소스를 찍지 않고 먹어요. 그래야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그 뒤에 소스를 찍어 먹죠. 
제 글을 보시는 분들이 다양한 만큼 드시는 방법도 다양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방법으로 먹어보고 표현하려고 해요. 개인적으로 이 돈가스는 처음부터 소스를 부어서 드시는 것이 맛있고 먹기 편할 것 같습니다.”
시각장애인 독자의 이해를 위해서는 입에서 느껴지는 촉감이나 맛, 후각 등을 더 세세하게 표현해야한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걸 가능한 한 세밀하게 표현하려고 합니다. 튀김옷이 많이 바삭한데, 미리 튀겨놓기도 하는 다른 음식점과 달리, 주문 받자마자 튀겨주는 정성을 알 수 있게끔 써야겠지요. 국물 음식의 경우엔 뜨거우니 첫술은 조심히 드시라 조언도 가능하겠죠.” 

그저 글을 읽고 ‘방문해봐야겠다’란 생각이 들게 하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다. 
그는 음식점에서 불편함을 느끼면 점주에게 건의를 한다. 이 날 역시 시각장애인이 방문하면 따로 제공되는 밥을 넓은 접시에 돈가스와 함께 주기보다 작은 공기 그릇에 제공하였으면 하는 의견을 전달하였다. 
점주는 흔쾌히 수용했고, 준비된 점자메뉴판을 보여주며 나중에 시각장애인 고객이 오면 잊지 않고 준비해 드리겠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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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메뉴판이 준비된 음식점은 처음 접해봤어요. 시각장애인들이 많이 감동하실 것 같네요. 여기와는 달리 시각장애인을 등한시 하는 식당도 많아요. 한 번은 전맹 친구들과 삼겹살을 먹으러 갔어요. 평소엔 저시력인인 아내와 함께 다녀서 고기 굽는데 문제가 없는데, 이 날은 모두가 전맹이었죠. 고기 굽기가 힘들어 구워주실 수 있느냐 여쭤봤더니, 손님이 많아 바빠서 고기를 구워줄 수 없다고 했어요. 

보이지 않아도 소리는 다 들리잖아요. 가게에 손님이 없었거든요. 그냥 솔직하게 고기 굽는 서비스는 따로 제공하지 않는다고 하면 수긍하고 다른 곳을 찾았을 거예요. 눈이 안 보인다고 사람을 속이는 행동이 더 기분 안 좋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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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목표는 ‘입 맛 별로 맛집 리스트를 만드는 것’이다.
“전국에 있는 맛집을 다 다니고, 취향별로 맛집 제안을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내 입맛에 맞는 음식점을 찾기란 쉽지 않잖아요.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비장애인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는 맛집. 맛집 정보에 대한 접근성 뿐만 아니라 어느 식당을 가더라도 불편함 없이 식사할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조금씩 아쉬운 점들을 차근차근 보완해간다면 언젠간 차별과 날카로운 시선 없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따뜻한 지역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지석봉의 진짜 맛집>은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홈페이지(www.hsb.or.kr)-알림공간-점자새소식-마음의소리 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글·사진 박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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