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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이야기

후원 & 봉사 나눔 이야기
게시물 내용
제목 우정선행상, 김용춘 봉사자 본상 수상
작성자 박아영 작성일 2019-04-24 오전 11:55:44 (조회 :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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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봉사자 김용춘(묘각화)님이 코오롱 오운문화재단 우정선행상 본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수상과 함께 김용춘 봉사자님의 인터뷰 글을 함께 나눕니다.

출처: 제19회 우정선행상 수상자 이야기

그에게 있어 봉사란 배움과 성취다. 해득의 즐거움을 봉사를 통해 실현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일주일에 세 번, 하루를 꼬박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보낸다. 한 구절, 한 문장 부지헌히 한자를 검색해가며 음과 훈을 달고 뜻을 풀이한 후, 비로소 녹음을 시작한다. 그렇게 녹음된 그의 음성은 시각장애인들에게 눈이 되고 삶의 희망이 된다. 책을 읽고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것이 좋아서 하는 일일 뿐인데, 점차 그의 목소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그리고 그에게 ‘참 고맙다’ 말한다.

배움의 즐거움이, 낭독의 기쁨으로

비장애인에게 소리란 다섯가지 감각 중 하나일 뿐이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세상의 다양한 지식,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원이자 세상과의 소통을 위한 연결고리이며, 사람과 사물을 인지하게 하는 제2의 눈과도 같다. 특히 책을 통해 지식을 얻어야 할 때면 점자만큼이나 요긴하 것이 바로 녹음된 전문 도서다. 김용춘(78)씨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책을 읽고 녹음하는 봉사를 한다. 하지만 단순히 글을 소리 내어 읽는다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가 담당하고 있는 도서는 침술, 역학 등에 관련된 전문서적. 대부분이 한자로 이뤄진 이 서적들에는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어려운 한 장에 전문용어까지 섞여있어 여간 녹음이 까다로운 게 아니다. 때문에 아무리 한자에 능통한 그라도 옥편과 의학사전은 필수다. 한 권을 읽고 녹음하는 데 다른 봉사자들에 비해 몇 곱절의 시간이 소요된다.

“종교가 불교라 경을 외고 공부하며 한자에 익숙해져 있었어요. 전문 용어는 한의사분들이 더 잘 아시지만, 일상용어의 경우엔 저 같은 사람들이 오히려 더 익숙하죠. 때때로 책에 음이 잘못 표기된 경우도 있어서 고쳐가며 읽기도 해요. 시간을 들여 공부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그가 봉사활동을 시작한 때는 1994년. 문화센터에서 수지침을 배운 것이 계기였다. 수지침과 같은 한방침술은 한자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더욱 습득이 빨라 그는 2~3년 걸쳐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를 의미있게 활용하고자 동기들과 함께 오지회라는 봉사단체를 만들어 한 달에 한 번씩 침을 놓는 봉사를 시작했다. 이 활동은 2001년까지 이어졌다.
“녹음봉사에는 1996년 한 신문광고를 보고 지원했어요. 당시 조카가 한방서적을 한 권 가져와 한자에 토를 달아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책에 조그만 글씨로 토를 달기 시작했는데, 너무 작아 잘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손으로 해서는 도저히 안되겠는 거에요. 뭐든 대충을 모르는 성격이라 원고지에 다시 베끼는 작업을 석 달 정도 했어요. 사실 늘 한방 관련 서적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러던 찰나 신문에 난 봉사자 모집 공고를 보고 주저 없이 지원하게 된 거예요.”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을 봉사라 생각하지 않는다. 한 권당 짧게는 2개월,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리는 녹음을 마치고 나면 한 권 한 권 늘어가는 결과물 만큼이나 성취감도 쌓여간다. 스스로 기쁘고 즐거워서 하는 일에 ‘봉사’라는 수식이 붙는 것이 그는 송구할 뿐이다.

삶을 지탱하게 하는 강단 있는 목소리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안마나 침술 등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관련 서적을 제대로 읽어줄 전문 낭독자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한자에 능통하면서도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춘 봉사자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한의학 전문가에게 의뢰를 해보기도 했지만, 생업에 종사하며 많은 시간을 투자해 꾸준히 책을 낭독해주는 이는 많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의 등장은 말 그대로 ‘가뭄의 단비’같은 것이었다. 배움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추진력, 그리고 꾸준함은 많은 시각장애인들의 갈증을 해소하기에 충분했다. 덕분에 소리책이 나오길 기다리다 못해 직접 우편으로 도서를 보내 낭독을 의뢰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는 초급에서 고급 단계에 이르는 한의학, 사주명리학, 주역, 경혈학 관련 도서들을 주로 낭독한다. 물론 독학으로 책의 내용을 파악하고 옥편과 의학사전을 뒤져가며 일일이 뜻을 풀이하는 작업이 수반됐다. 그렇게 한 권 한 권 녹음해온 책이 무려 164권에 달한다.
“목소리를 알아봐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뿌듯함과 보람을 느껴요. 제가 읽는 책들은 시각장애인들의 생업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수 밖에 없는데, 우연한 장소에서 제 목소리를 알아 들으시고 ‘잘 듣고 있다’ ‘고맙다’고 말해주시는 분들을 만나면 제가 오히려 더 감사하더라고요. 책을 녹음하면서도 늘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닌지, 혹여 잘못된 곳은 없는지 걱정을 하곤 했으니까요. 또 너무 고맙다며 팬레터를 보내오시는 분들도 계신데, 그 내용을 하나하나 읽고 있으면 이 일을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열정 넘치는 그에게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 현재와 같은 디지털 녹음 방식이 도입된 것은 2000년으로, 이전까진 모두 카세트 플레이어를 통해 녹음이 진행돼왔다. 때문에 한 번 실수하면 처음부터 다시 녹음을 진행해야했고, 그 역시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녹음을 다 마친 후 마지막 검토를 하던 중, 중간에 한 장을 빠뜨린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절망감과 함께 막막함이 밀려들었다.
“하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그 사실을 발견했을 때. 근데 포기하거나, 추후의 일로 미루게 되면 다시는 못할 것 같아서 ‘아,다시 가야지. 그럼, 가야지’하며 스스로를 일으켜 세웠어요. 결국 다시 녹음을 마쳤지요.”
다부진 목소리와 한자에 대한 지식, 배움에 대한 열정, 꾸준한 노력 등 어쩌면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것은 아주 평범한 재능들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누군가에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었고, 이를 통해 생계와 꿈을 찾고 있다. 그가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손에서 책과 펜을 놓을 수 없었던 이유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의 목소리는 시각장애인들의 눈이자, 삶의 등불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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