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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이 사는 세상

희망공간 시각장애인이 사는 세상
게시물 내용
제목 신혼 일기 – 내 사랑, 내 곁에
작성자 박아영 작성일 2018-03-19 오후 2:13:28 (조회 : 142)

신혼 일기 – 내 사랑, 내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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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과의 연애’ 키워드를 초록창에 검색하면 하나의 블로그가 나옵니다. 그 곳엔 ‘나를 그 누구보다도 또렷하게 바라봐 주는 남자와 함께 삽니다.’라는 인사말이 적혀있죠. 이 블로그는 시각장애인 남편 김필우(남, 35세) 씨와 정안인 아내 김유진(여, 29세) 씨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한 그 들만의 대나무 숲입니다.

올해로 결혼한 지 1년 반, 연애를 한지는 4년이 지났습니다. 같은 특수학교 교사로 만난 그들은 서로의 다정함에 끌렸다고 합니다. 지금은 12주의 아기천사 ‘또로’와 세가족이 되었습니다.


>>연애의 시작

김필우-연애 시작을 앞두고 고민할 때 어떤 친구의 한 마디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그 친구가 말하길, ‘네가 왜 걱정을 하냐. 상대방이 걱정하고 고백을 받아줄지 말지 결정해야하는거 아냐?’라고요. 그 말은 저에게 상처로 남았죠. 비장애인이 고백을 한다 해도 싫으면 거절할 수 있거든요. 내가 혹시라도 고백을 했는데 차였어요. 그런데 이유가 시각장애 때문이라고 할까봐 고백하기가 두려운 건데 말이죠. 주변 친구들이 몇 년 전의 저와 같은 고민을 하면 조언해주곤 해요. 어서 고백하라고! 그 친구들은 ‘잘 된 자의 이야기’라고들 말하곤 해요. 누구나 고백은 어려운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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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남편이나 다른 시각장애인들도 장애 때문에 연애 말고도 여러 부분에 있어 소외당하며 살아온 사람들이라 저런 생각을 안 할 수 없거든요. 사실 저는 썸을 타는 기간에 ‘눈이 나빠서 어떡하지’라는 생각보다는 ‘사귀자마자 결혼하자고 하면 어떡하지? 나 아직 어린데’ 이런 생각밖에 없었어요. 그 당시 제가 26살. 남편이 33살이었거든요. 하하하

>>볼드모트 김필우

김유진-전 남자친구가 생기면 부모님께 바로 오픈하는 편이에요. 사실 남편을 만나기로 하고 일부로라도 엄마에게 미리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혹시 나중에라도 관계가 발전되었을 때 엄마가 바로 그 사람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죠. 제가 엄마라도 반대할거 같았죠. 만나는 사람이 있고 시각장애인이라고 했더니 꽤 충격을 받으셨어요. 그 뒤로 남편은 해리포터에 나오는 볼드모트처럼 말하면 안 되는 존재가 되어버렸죠. 1년이 지나고 남자친구를 집에 데려갔는데 부모님이 실제로 만나보시고 더 충격을 받으셨나봐요. 사람은 좋은데 눈 나쁜걸 실제로 보니 심적으로 힘드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 결혼한다고 했을 땐 반대하지 않으셨어요. 엄마가 “내가 너 고집 아니까 그래.”라고 하셨는데,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아요. 지금은 부모님이 남편을 정말 아끼고 좋아해주세요.

>>Would you marry me?
김유진- 2015년도 말에 2016년도 계획을 카페에서 짜고 있는데, 남편이 ‘내년 너의 계획에 내가 반영됐으면 좋겠어.’라고 하더라고요. 담백한 그 프러포즈가 기억에 남아요.
김필우- 사실 결혼을 결심한 계기가 있는데, 제가 천주교고 와이프는 무교였어요. 와이프가 연애시절 저 따라서 세례를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세례명을 정할 때 보통 생일과 관련된 성인으로 정해요. 그런데 와이프는 ‘루시아’로 정했어요.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각장애인을 위해서 평생을 헌신한 성녀래요. 그 후로 결혼을 결심했죠. 묵주반지로 결혼반지하자고 했다가 혼났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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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경험의 부족
김필우-시각장애인과 정안인의 연애가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를 건 없어요. 하지만 힘든 점이 있기도 하고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기도 하죠. 제 시각적 경험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일들이 많아요. 전에 와이프를 만나기 전에 잠깐 사귄 여자가 있었는데, 그 옛 여자친구 사진이 가방에서 나온다던지, 태블릿 PC 뒤에 꽂혀있다던지 하는 당황스런 사건들이 있었어요. 심지어 제가 발견한 것도 아니고 와이프가 발견해서 당혹스러웠죠.

김유진- 남편이 잘 보이지 않으니까 사진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몰랐던 거예요. 핸드폰에 있던 커플사진도 제가 친히 다 지워줬어요. 일반적인 남자와의 연애였다면 친구들이랑 뒷담화를 한다든지 싸우던지 했을 텐데, 시각장애를 갖고 있으니 ‘그럴 수 있지’ 라고 이해하고 넘겼죠. 그런데 이해 못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는데 삼겹살을 먹으러 가면 제가 고기를 구워요. 그럼 남편이 눈치껏 ‘고기 먹고 있어?’라든지 쌈을 싸주던지 하는 눈치와 센스가 있어야하는데, 아쉽게도 남편이 그게 모자른거 있죠. 저번엔 너무 서운해서 싸웠었는데 이제는 남편이 눈치껏 ‘고기 먹고 있지?’라고 물어보면 ‘아니~! 하나도 못 먹었는데.’라고 대답해요. 복수죠.

김필우 – 안보이면 눈치라도 있어야 되는데 눈치가 없었어요. 제가 다른 친구들한테는 연애의 달인인 것처럼 말하거든요. ‘네가 전맹이라도 여자친구 집에 데려다줘라! 데려다주고 복지콜을 타서라도 집에 가라!’라든지 ‘음식점에 가면 숟가락을 두고 물도 따르고 해라!’ 라고 하는데 정작 제가 눈치가 없었던 거죠.

>>키워드: 시각장애인과의 연애

김유진- 그 단어를 검색해본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에게 관심이 있다는 거예요. 그냥 사겨보다가 안 맞으면 헤어지면 되는데, 나중에 헤어지는 이유가 ‘이 사람이 안보여서’ 일까봐 두려운 거죠. 그래도 마음가는대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고백을 안받아준다고 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저도 연애 시작할 때 많이 검색해봤거든요~ 장애가 있어도 잘 사귀고 잘 살 수 있어요! 안 힘든 건 아니지만요. 상대방에게 보편적으로 기대되는 것을 못 할 수도 있어요.

김필우-전 결혼을 딱히 생각하며 살지 않았거든요. 연애나 간간히 하며 생을 보내려고 했어요. 그렇게 하려고 했던 이유가 시각장애는 절대 아니에요. 그냥 누구나 고민할 수 있는 경제적인 문제였죠. 결국 만나는데 있어 다른 또래들이 하는 고민을 시각장애인들도 비슷하게 하는거에요. 저도 제 눈보다 경제가 더 고민이었던 것 처럼요.

김유진- 이 말은 꼭 해드리고 싶어요. 주변에서 ‘네가 참 희생한다.’라고 말하곤 하세요. 그런데 전 제가 희생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연애고 결혼이고 그 누구든 희생을 하는 것이 아녜요.. 이 사람이 못하는 것을 제가 더 해주면 되고 제가 못하는 걸 이 사람이 더 해주면 되거든요. 마음가는대로 하는 것이 최고에요.

글 박아영 등대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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