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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이 사는 세상

희망공간 시각장애인이 사는 세상
게시물 내용
제목 시각장애인의 수학 해결사, 안승준 선생님
작성자 박아영 작성일 2017-10-30 오후 3:18:25 (조회 : 834)


시각장애인의 수학 해결사, 안승준 선생님


종이에 어려운 공식을 풀어쓰며 머리를 쥐어짜도 답을 잘 모르겠는 학문, 수학. 일명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의 비율은 중학생 46.2%, 고등학생 59.7%에 육박할 정도로 수학은 많은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과목입니다. 보면서 풀어도 어려운 것이 수학이잖아요. 하지만 여기 시각장애를 딛고 수학자를 꿈꾸던 수학선생님이 있습니다. 한빛맹학교 시각장애인 안승준 선생님을 만나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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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언제부터 수학을 좋아하게 되셨나요?
초등학교 졸업 후에 뇌수술 후유증으로 시력을 잃었어요. 그때부터점자로 공부를 시작했었는데, 점자 읽는 속도가 느리다 보니 텍스트가 많이 없는 수학이 더 좋아졌어요. 계속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꾸준히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시력을 잃고 나니 공부하기 힘들지 않으셨나요?
사실 크게 어려움은 없었어요. 시력을 잃기 전에도 필산을 귀찮아해서 암산으로 수학공부를 했었는데, 그게 습관이 되니 무기가 되더라고요. 조금 힘든 것은 ‘연상’을 많이 해야 해요. 기본 그래프가 머릿속에 그려지도록 많이 연습해야 해요. 그 뒤로 확장해나가는 것은 쉽죠. 암산도 두 자리(수) 곱하는 것을 많이 연습하다보면 네 자리는 겁도 안 나게 되죠.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는 미적분은 제일 쉽고요. 오히려 시각장애인이 어려워하는 수학은 ‘행렬’이에요. 전에 있던 식을 조금씩 변형해가며 관계를 만드는 것이 어려워요. 다 외워야하니까. 정안인에게는 쉬어가는 페이지이지만 시각장애인에겐 암담한 단원이죠.
또, 제가 학생 때는 교재가 많이 없었어요. 80년대에 만들어진 ‘수학의 정석’ 책 하나로 00학번인 제가 입시준비를 했으니까요. 하하. 말 다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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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학교 학생들도 수학을 좋아하나요?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수학을 못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수학이라는 학문의 특성 상 흥미를 느끼는 아이들의 확률은 적잖아요. 시각장애 학생들 중에서도 그 확률은 똑같이 적어요. 시각장애 학생들 수가 적은데 그 안에서 또 찾다보니 많이 없는 게 당연해요. 1년에 1명씩은 수학에 관심이 있는 아이들이 있어요. ‘시각장애인이라서 수학을 더 못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깨주는 것이 첫 번째 관문이죠.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겐 ‘우리 수학선생님도 시각장애인인데 수학 잘해! 나도 잘 할 수 있을 거야!’라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방법도 찾아줘야죠. 암산을 어려워하면 주산을 알려주고 도형이나 그래프도 손으로 만져보고 머리에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수학을 좋아해서 수학선생님이 되신 건가요?
처음부터 수학선생님이 되려고 한건 아니었어요. 그저 수학공부를 더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맹학교에 교생 실습을 가게 되었어요. 한 며칠 지났는데 아이들이 찾아와서 ‘선생님 수업을 들으니까 수학이 너무 재밌어요!’라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얘기를 계속 듣다보니까 제가 잘 가르쳐서가 아니고, 시각장애인만의 수학방식을 전에 아이들은 교육받은 적이 없었던 것이었어요. 
스스로 안보이니까 수학을 못한다고 생각했다가 같은 처지인 제가 와서 ‘이렇게 하면 우리 나름대로 더 쉽게 풀지 않을까?’라며 노하우를 알려주니까 아이들도 ‘시각장애인들만 하는 방법이 있구나!’라는 것을 그 때 깨달은 거죠. 저도 깨우쳤죠. ‘엄청난 수학자가 되는 것도 좋지만 날 정말 필요로 하는 곳에 가는 것이 의미 있겠다’는 것을···. 그 뒤로 수학 대학원을 준비하다가 특수교육대학원으로 전환해 지금의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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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며 아이들을 많이 예뻐하는 게 느껴지는데,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
세상이 녹록치 않아요. 시각장애가 있다는 것은 정말 불편하고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뭔가를 완벽하게 해내진 않아요. 카레이서의 운전 실력을 부러워한다면 보통사람들이 운전을 다 할 순 없을 거예요. 유명 셰프의 요리 실력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한다면 집에서 요리를 해먹을 수 없겠죠? 완벽하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요리실력, 운전 실력을 늘려가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좀 느릴 수 있고 어려울 수 있지만 정안인만큼 할 수 없을꺼야! 라고 생각하진 않았으면 해요. 좀 어렵겠다고 느껴져도 나만의 방식으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라고 고민하는 걸 습관화했으면 좋겠어요. 진로도 삶도 여가와 연애도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게 내가 느끼는 행복감의 크기를 좌우하기도 하거든요. 완벽함과 불가능의 사이에서 조금씩 완벽함으로 다가가는 것이 삶의 목표이고 아이들의 즐거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요?
장애가 농담의 소재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시각장애인이 사회에서 늘 보이게 된다면 저런 농담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사회진출의 폭이 좁기는 하죠.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시각장애인도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을 여과 없이 알리고 시각장애인이 불편한 존재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죠.
 제가 교사이기도 하고 방송에도 나가고 글도 쓰지만 하는 일의 모양은 바뀌어도 목표는 같아요. 시각장애인이 특별하지 않고 우스운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제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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