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꿈꾸고 만들어가는 방학교실
“선생님! 선생님은 키가 왜 이렇게 커요?”
“선생님! 장구 한 번만 치고 5분 쉬면 안돼요~?”
1년에 2번씩 찾아오는 방학교실. 이 시기엔 복지관이 아이들의 장난스런 목소리로 가득 찹니다. 왁자지껄한 복지관이 되죠. 어디 부딪혀서 다치진 않을까. 뛰다가 넘어지진 않을까. 걱정하는 선생님들은 신경도 쓰지 않은 체, 눈이 가득 쌓인 복지관 마당에서 눈싸움을 하느냐 바쁜 아이들. 눈사람을 만들며 활짝 웃는 모습이 천사가 따로 없습니다.
맹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장애학생이 일반학교에서 차별을 받지 않고 또래와 함께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을 받는 시각장애 학생의 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통합학교에서는 시각장애 특성을 고려한 교육이 지원되기는 힘듭니다. 또 다수의 정안인 학생들에 비해 소수의 시각장애 학생들은 심리적 소외감을 느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학교 밖에서 정서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런 학생들과 학부모의 욕구를 반영하여 학습지원센터에서는 ‘방학교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방학 중 2주 동안 하루 종일 복지관에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통한 교육을 받습니다.
방학교실에서는 점자나 보행처럼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기 힘든 교육뿐 아니라 비싼 사교육을 시켜야하는 수영과 발레도 배우게 되는데요. 한 학부모는 “수영이나 발레는 비용도 많이 들고, 일반 수영교실에선 강사들이 저시력 아이들을 지도하기엔 무리가 있었어요. 시각장애의 특성을 잘 모르시기 때문에 ‘아이들이 보이긴 하니까 똑같이 가르치면 된다.’는 생각이 있으시더라고요. 그런데 복지관 수영 선생님은 아이들에 대해 잘 아시니까 수영을 배우기도 좋고, 안전문제도 걱정할게 없죠.”라며 방학교실에 대해 만족하는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조금은 생소할법한 발레수업은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의 만족도가 컸습니다.
“저시력이다보니까 아이들이 글씨를 보거나 어떤 것을 볼 때 고개가 앞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어요. 앞으로 숙이면 조금이나마 더 잘 보이니까요. 그래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거북목 증세가 있죠. 자세가 많이 안 좋았는데, 발레를 하니까 자세 교정도 되고 스트레칭도 되고 너무 만족스러웠어요. 또 엄마랑 같이 수업을 받으니까 정서 교감에 참 좋은 것 같아요.”
이번 방학교실은 조금 특별했습니다. 기존 방학교실은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했다면 이번에는 같이 복지관을 방문하는 학부모도 수업을 받게 됩니다. 아이들은 점자, 보행, 정보화, 수영, 사물놀이, 발레 등을 배우게 되고 학부모는 점자, 보행, 수공예, 입체교구 만들기 등을 배웠습니다. 방학교실을 담당한 학습지원센터 김슬기 사회복지사는 “학부모님들이 아이들 수업시간에 무료하게 기다리시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만족도 조사 후 희망 커리큘럼을 파악해 학부모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방학교실이 끝날 무렵 학부모님은 이번 기회를 통해 느낀 점이 많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번에 보행훈련을 처음 해봤어요. 사실 방학교실 전에는 우리 저시력 아이들에게 보행훈련이 꼭 필요한 것일까? ‘굳이 해야 할 필요성이 없는 것 같다’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제가 해보니까 ‘아,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하겠구나’ 싶었어요.”
“전 보행훈련 하고 나니까 아이한테 너무 미안했어요. ‘그래서 그 때 우리 애가 엉거주춤 걸었었구나. 그래서 계단 내려갈 때 멈칫했었구나. 나는 왜 뭐라고 했을까’ 미안한 마음에 아이 손을 꼭 잡아줬어요. 엄마가 먼저 아이보다 경험해보고 알아야겠구나. 생각했죠.”
2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아이는 즐겁게, 엄마는 보람차게 보낼 수 있는 방학교실. 올 여름방학에는 어떤 프로그램들로 꽉꽉 채워질지 기대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