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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자가 데이지를 만났을 때(2) (권형도)
작성자 점자새소식 작성일 2018-06-29 오후 2:33:27 (조회 : 19)
한자가 데이지를 만났을 때(2)
권형도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예외적인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 우리가 흔히 이름을 한자로 입력하는 방식대로 하면 된다. 즉 이름을 먼저 한글로 입력하고, 한자로 한 글자씩 변환하는 방식으로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오퍼레이터들에게 이러한 방식으로 한자입력을 주문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원본을 납본받아 일일이 수작업으로 교정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것은 상당한 시간과 추가비용이 소요되는 지난한 작업이므로 가까운 시일 내에는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한자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각장애인 유관기관에 알려 보았지만 한낱 레토릭에 불과할 뿐, 의견수렴이 잘 되지 않았다. 이제는 대체자료의 질에도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할 때이고, 더 이상의 시행착오와 오독은 막아야 한다. 세상에 정안인이 묵자책을 육안을 통하여 주입된 내용과, 같은 자료를 기반으로 제작된 대체자료를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통하여 주입된 내용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현재로서는 관계기관에서도 이렇다 할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인공지능이라도 등장해야 비로소 해결책이 모색되지 않을까 하는 눈치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시각장애인들이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스스로 가려서 읽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른바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은 꿔다 놓은 똥자루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여기에 기대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좀 회의적이다. 장차법에서는 전자정보에 대한 차별금지가 명시되어 있으나 그 시행령에서는 전자정보를 웹사이트에만 국한하고 있다. 이것은 무늬만 전자정보이지 속 빈 강정이나 다름이 없다. 이와 같이 장애인을 우롱하는 전시용 입법은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장차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전자정보에 대한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전자정보라 함은 플랫폼을 막론하고 모든 전자정보를 포괄해야 함은 불문가지이다. 또한 있으나 마나 한 솜방망이 처벌 조항을 더욱 엄격하게 강화시켜 서슬 퍼렇게 장차법의 위신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여기에 시각장애인계의 역량을 총동원하여 장차법 개정에 올인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 싶다.
  이와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한자가 포함된 데이지도서를 모조리 세상에 나오지 말아야 할 귀태 자료로 치부해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시각장애인계의 컨센서스(합의)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아무튼 ‘침구보전’이라는 책을 읽노라면 마치 피라미드 텍스트를 해독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시각장애인도 상당 부분 섭렵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 책에는 다양한 침구취혈법이 총망라되어 있고, 동씨침법 등 각종 침법의 이론적 근간이 되는 주역, 내경 등의 핵심 논리 및 각종 가부들이 풍부하게 실려 있어 가히 명불허전이라 아니할 수 없다. 침구학에 대한 이론적 아우라가 필요한 안마침사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것은 점자정보단말기의 한자표기 문제이다. KS5601코드체계(한자 4,888자)로는 전문도서의 한자를 온전히 표기할 수 없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제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조속한 시일 내에 대책 마련을 기대한다. 그리고 장애인 보조기기의 건강보험급여 적용을 확대하는 것은 대통령 공약사항이다. 정부는 말로만 정보격차 해소 운운할 것이 아니라 점자정보단말기를 건강보험급여의 장애인 보장구 품목으로 지정함으로써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최근에도 수동휠체어 등 일부 품목만 새로 선정되었다. 안이하게 대처하다가는 빌 공자, 공약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이 문제는 아마도 전동휠체어의 전례에서 보듯이, 점자정보단말기도 우리 스스로 정당한 권리로서 쟁취해내야 할 사안이 아닐까 싶다. 시각장애인계의 숙원사업이니만큼 거기에 걸맞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겠다. 장애인복지법에 의하면 장애인 보장구는 장애인이 장애의 예방·보완과 기능 향상을 위하여 사용하는 보조기를 말한다. 점자정보단말기가 시각의 정보습득 기능을 훌륭하게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을 정부 당국자들은 더 이상 애써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직도 정보보조기기와 데이지 콘텐츠의 여러 가지 트러블로 인하여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성은 여전히 춘래불사춘이다. 정안인이 눈으로 보듯이, 각종 정보보조기기와 콘텐츠를 통하여 정보가 왜곡되지 않고 온전히 전달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지금까지 데이지도서를 읽으면서 느꼈던 단상들을 두서없이 정리해 보았다. 아무쪼록 이를 계기로 문제해결의 일대 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2018. 7. 1. 제10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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