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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자가 데이지를 만났을 때(1) (권형도)
작성자 점자새소식 작성일 2018-06-15 오전 9:57:31 (조회 : 91)
한자가 데이지를 만났을 때(1)
권형도
  몇 년 전에 일부 작가들이 시각장애인 커뮤니티를 저작권과 관련하여 고발한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시각장애인 커뮤니티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도서자료, 음원자료, 동영상자료 등을 모두 내려 버렸다. 그때 시각장애인들은 이제 도나 닦고 살아야겠다며 망연자실하였고, 정보암흑기의 기나긴 터널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사실상 그때부터 대체자료(데이지도서) 시대도 본격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데이지도서가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장점이 있다면 한자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과거 한글 일변도의 텍스트도서 위주로 제작되어 피상적으로만 내용을 이해했던 데에서 탈피하여,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물론 한자가 시각장애인과는 가히 친화적인 문자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홀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한자가 다수 포함된 자료를 데이지로 인코딩하면, 이 한자가 전대미문의 전간 증상을 야기한다. 말하자면 한자가 몽니를 부린다는 말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예를 들어 필자가 대체자료 제작을 신청하여 작년 초에 데이지로 제작된 ‘침구보전’이라는 책의 경우 1,0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인데, 한자음이 잘못 표기된 경우가 적어도 한 페이지에 한 개 이상씩, 어림잡아도 수천 개는 족히 될 것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거의 ‘멘붕’이 아닐 수 없다. 한자를 포함하고 있는 데이지도서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는 왜 생기는 걸까? 탁상출판 시에 제작된 한글(HWP) 파일을 기반으로 출간된 묵자책의 경우 정안인은 어법에 맞게 한자를 읽으면 되므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 그러나 이 원본을 데이지 형식으로 인코딩하면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즉 아날로그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디지털에서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것도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겪는 이중고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문제는 한자가 한 개 이상의 음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자료입력 오퍼레이터의 한자입력 방식이 맞물려 일어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한자음 오류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몇 가지 있는데, 텍스트데이지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점자정보단말기를 통해 점자로 확인할 수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데이지뷰어 드림을 통해 음성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한글 파일의 경우 보기 메뉴에서 한자 발음 표시를 설정한 후, 한자 바로 밑에 조그맣게 한글로 한자음을 띄워 놓고 확인할 수도 있다. 참고로 점자로 표기된 한자음과 컴퓨터에 표기된 한자음은 거의 대부분 일치하지만, 스크린리더(센스리더)로 읽을 경우 일부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해 둔다. 한자음 오류의 형태를 아래와 같이 세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해 기술한다.
  첫째 려태, 령도, 로궁, 림읍 등과 같은 두음법칙과 관련된 유형인데,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전문성이 없더라도 정안인에게 지침을 내려주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그냥 방치해 두면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는 잘못된 습속이 더욱 악화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둘째 소편부통, 대편폐새, 요의빈수 등과 같은 두음법칙과는 무관한 유형이다. 이것은 한자와 이료·한방을 숙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곧바로 소변불통, 대변폐색, 요의빈삭으로 읽어낼 수 있다. 이러한 유형의 수정 작업에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분이라 하겠다.
  셋째 락혈, 전중, 치태, 치간염 등과 같은 유형이다. 각각 낙혈, 단중, 치매, 치은염 등으로 표기되어야 하는데 한글 프로그램의 한자라이브러리에는 각기 상응하는 한자음들이 누락되어 있어 점자에서 잘못 표기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방교과서에서 임맥의 전중으로 잘못 표기되었던 것이다. 이 문제는 정안인들의 맹점이라 할 수 있는데, 그들은 한자를 보고 직접 읽으면 되므로 그다지 불편한 점은 없을 게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도 적지 않고 반복하여 사용된 것까지 감안하면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 하겠다. 이것들을 그냥 방치해 두면 오독으로 인해서 잘못된 지식이 주입되게 될 것은 자명하다.
  여기에서 주요한 논의 대상은 아니지만, 한자 오기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이듯이 크게 문제 삼을 바는 아니지만, 내용 파악을 저해하는 주요한 걸림돌이다. 교정은 출판사의 몫이기는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잘못된 부분을 알아내기 쉽지 않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부수만 다르거나 얼추 보기에 모양이 비슷한 한자로 잘못 표기된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저서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마지막 교정 과정을 소홀히 하거나 옥편 가지고 공부하던 시절의 부산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다음 호에 ‘한자가 데이지를 만났을 때(2)’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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