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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이 조리법(박현숙)
작성자 점자새소식 작성일 2018-06-01 오전 9:51:53 (조회 : 130)
나이 조리법
 
박현숙
  올해 나는 칠순을 맞아 25,200여 일을 살았다.
  그런데 이제까지 내가 먹어온 ‘나이’가 동물성인지 식물성인지 성분 구성은 어떠한지 친환경 재배인지 일반 재배인지 요리할 때는 올바른 레시피를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 모든 것들이 불분명한 가운데 양념이라도 ‘절제’, ‘독서’, ‘수양’ 같은 고급을 써야 했는데 나는 이제까지 그런 양념들이 아닌 ‘나태’와 ‘안일’ 같은 달콤한 인스턴트 조미료만 써서 만든 나이 요리를 먹어온 것 같다. 그래서인지 감성은 메마르고 지력도 시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나이 제조사 ‘세월’에서는 내가 VIP 고객이라며 백발과 주름까지 사은품으로 주고 있다. 그래서 나이를 생산하는 ‘세월’에게 강력히 항의했다.
  앞으로 사은품은 절대 사절이고 양질의 나이를 생산하는 데 연구를 집중하여, 많이 먹을수록 우아해지고 지혜로워지며 현명해지는 ‘최상품의 나이’를 생산해주지 않으면 우리 소비자 모두가 나이 불매운동을 벌일 거라고 말이다.
  그랬더니 ‘세월사’에서 답이 왔는데 ‘나이’는 ‘시간’이라는 단일 성분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생산자가 개량할 수 있는 품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품질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나이를 먹지 않으면 ‘시간’이라는 필수 자양분이 부족하여 심신이 점차 마르고 약해져서 결국은 죽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조리법을 개선해서 먹어야겠다는 것이다. 깊은 맛을 내는 ‘희생’과 ‘성찰’을 첨가하고 ‘봉사’와 ‘관용’도 1큰술씩 더 넣어서 먹어보아야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조리법을 향상시키며 먹다 보면 노욕이나 아집 같은 검버섯 없이 품위와 지성을 갖춘 말년을 맞이하여, 머지않아 다가올 죽음에도 초연한, 평안한 인생 황혼기를 보낼 수 있으리라 확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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