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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습관 만들기 (안익태)

작성자 점자새소식

작성일 2019-11-15 오전 10:38:15

조회수 888

게시물 내용
제목 습관 만들기 (안익태)
작성자 점자새소식 작성일 2019-11-15 오전 10:38:15 (조회 : 888)
습관 만들기
 
안익태(점자도서관 종사자)
 
  1박 이상을 하게 되는 출장 계획이 잡히면, 저는 이틀 전부터 가방 꾸릴 준비를 합니다.
  먼저, 그동안 작성하여 보관해 온 여러 목록 중 이번 출장과 성격이 비슷했던 목록과 최근에 사용했던 목록을 비교하고 품목을 가감하여 새로운 목록을 만듭니다. 뭐 여기까지는 특이할 것이 없지요?
  출장 전날 밤 8, 본격적으로 가방을 꾸리기 시작합니다. 꼼꼼하게 작성해 놓은 목록을 보면서 집 여기저기에 있던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 놓습니다. 목록에는 실시간으로 입고(o) 표시를 빠뜨리지 않고 합니다. 꺼내 놓은 물건들을 가방에 챙겨 넣습니다. 심지어 오늘 밤부터 내일 떠나기 전까지 사용해야 하는 휴대폰이나 전기면도기 등도 일단은 챙깁니다. 다들 그렇게 한다고요? 가족들 얘기로는 집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꺼내고 표시하고 가방에 넣고 하는 이런 저의 분주함이 하도 장관이어서 마치 자신들도 함께 따라가야 할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던데요.
  일단 가방은 다 꾸렸으나 이제부터가 더 중요합니다. 가방 속에 들어간 물건 중 내일 떠나기 전까지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것들을 꺼내면서 목록에 출고(x) 표시를 하고, 짧게라도 사용을 마쳤으면 가방 속 제자리에 도로 넣자마자 다시 입고(o) 표시를 합니다. 잠시라도 가방을 벗어난 물건은 정리했다고 할 수 없고, 가방 속에 들어 있어야 비로소 정리된 것이라는 저의 신념이 만든 습관 때문입니다. 이런 습관을 고집하며 가방에서 같은 물건을 몇 번이나 넣고 꺼내기를 반복하는 저를 보고 아내는 미련하기까지 하다고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잠깐 사용하고 넣어야지.’했던 휴대폰이, ‘내일 아침에 입을 옷에 챙겨 넣어야지.’ 했던 현금과 신용카드가, 잘 챙겼다고 믿었던 그것들이, 집을 떠난 지 한참 후에 찾으니 가방에 없어 난감! 집에 얌전히 잘 모셔져 있다는 가족의 핀잔을 듣고 황당! 여러 사람에게 폐를 끼쳐 가며 출장을 마칠 때까지 수없이 반복했던 자책, 반성, 깨달음들...
  이런 경험들 몇 번 하고 나니 처음에는 가방 꾸리는 일이 매우 힘들더니 이제는 자연스러운 습관으로 굳어져 버렸습니다.
  ‘있다가 챙겨야지.’는 안 챙긴 것입니다. 나의 손에 쥐어야만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기면도기 충전 일자를 기록한다는 사람 보신 적 있나요?
  장기간의 여행을 합니다. 가방 속에 전기면도기 빠뜨리지 않고 챙겨 넣습니다. 휴대용이니까 충전기는 안 가져 갑니다. 첫 날은 잘 넘어 갔습니다. 다음 날, 면도 도중 꺼져 버립니다. 난생 처음 수동 면도칼로 수염 깎습니다. 퍼런 자국에다 피까지 납니다.
  몇 년 전에 이런 경험을 하고 하나의 습관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름하여 전기면도기 충전 일자 기록하기!’ 그리고 지키기 시작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저는 충전식 휴대 기기는 배터리가 거의 방전될 때까지 사용하고 충전합니다. 이 충전 일자를 기록해 두는 것입니다. 충전했던 날부터 다음 충전할 때까지의 기간을 알면 배터리의 수명을 알 수 있고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재충전하는 날에 맞춰 면도날 세척을 하게 되어 위생적인 관리가 됩니다. 배터리 잔량 예측이 가능하여 장기간의 여행 전 충전해서 가면 낭패를 당하지 않습니다.
  실수가 만들어 준 습관입니다.
  세탁한 내의와 양말을 서랍에 넣을 때 순서대로 돌려쓰기 위해 안쪽부터 넣고, 사용할 때는 바깥에서부터 꺼내서 사용해 왔습니다. 골고루 잘 사용하게 되니까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이런 행동을 유심히 보던 아내가 연유를 물었고, 저는, “골고루 오래 사용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골고루 오래 사용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비슷한 시기에 상태가 나빠져 한꺼번에 새로 사야 하는 단점도 있다고 했습니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어 요즘에는 습관을 바꿔서 최근 세탁물부터 먼저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니다 싶으면 바꿔야죠.
  이런 습관을 만들어서 지키는 저는 힘들지 않습니다. 준비와 실행 과정이 즐겁고, 작은 만족까지 느낍니다. 어떤 습관은 저의 장애 때문에 생길 수도 있는 어려움을 상당히 감소시켜 주기도 합니다.
  비록 저에게는 고마운 습관들이지만, 남에게 강요하거나 전도하듯 하지는 않습니다. 이따금 재미삼아 알려 주긴 합니다.
  여러분들도, ‘! 이런 습관을 가진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2019. 11. 15. 제10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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