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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시연

  사실 우리 부부는 가까운 친지만 모시고 작은 결혼식을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결혼식이라는 건 부부의 일이기도 하지만 부모님의 일이기도 하지 않은가. 그 때문에 결국은 일반적인 결혼식을 하게 되었다.
  주례를 모실지 아니면 요즘 많이 하는 주례 없는 결혼식을 할지도 고민이 참 많았다. 주례 없는 결혼식을 하려면 혼인서약부터 양가 아버님의 축사 등 따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래서 결국 일반적인 결혼식을 진행하게 되었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가족의 축사로 결혼식을 한다면 정말 뜻깊을 것이라는 마음에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주례를 모셔야 했던 우리 부부였다.
  인간관계가 가장 활발할 시기에 실명을 해서 제대로 된 은사님 한 분조차 없던 처지라 모든 걸 남편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래서 남편이 평소 가깝게 지내던 목사 겸 교수인 분께 주례를 부탁드렸다. 흔쾌히 승낙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모실 수 있었다. 단, 주례 전에 꼭 우리 부부를 함께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셨다.
  덕분에 분위기 좋은 곳에서 함께 식사하며 좋은 말씀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남편에게 이야기만 듣고 직접 뵌 적은 없었는데, 목사라는 얘기에 뭔가 거부감이 있던 나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날려주신 멋진 분이었다.
  예전부터 결혼식에서 꼭 나를 위해 노래 한 곡을 불러 달라고 신신당부했던지라 축가 중 한 곡은 남편이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노래는 내가 골랐다. 남편은 평소 노래를 잘 부르는 편이긴 하지만 감미로운 발라드가 아닌 록발라드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미리부터 신신당부를 했더랬다. 축가는 최대한 감미롭게 불러달라고(웃음).
  그리고 나머지 한 곡은 시각장애인 뮤지션 배희관 씨에게 부탁했다. 탑밴드라는 TV프로그램에도 출연해 나름 유명세가 있어 과연 축가를 맡아줄까 걱정했지만 남편과 친분이 있었는지 역시 단번에 OK를 해주었다.
  그리고 또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현재 한빛예술단에 근무하고 있는 김하연 씨. 당시 남편의 가장 친한 친구의 여자 친구이자 나에게도 좋은 언니였던 그녀가 결혼식에서 피아노 연주를 해주기로 한 것이다. 양가 어머님이 점화를 하실 때, 신랑신부가 입장할 때 등 적재적소에 멋진 피아노 연주를 들려준 김하연 언니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이렇게 주례와 축가, 심지어는 연주자까지 섭외를 마치고 생각해보니 우리 부부의 결혼식은 다른 결혼식보다 사회자의 역할이 굉장히 막중해졌다. 왜냐하면 부부도, 주례도, 축가도, 연주자도 모두 시각장애인이었기 때문이다.
  당일 결혼식을 진행하면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데 중요하다면 중요한 사람들이 모두 시각장애가 있다 보니 그런 변수를 잘 통제하고 중간에서 조율해줄 수 있을 만한 사람이 사회자를 맡아야 할 것 같았다. 열심히 지인들을 떠올리던 그때, 문득 생각난 사람이 바로 안내견학교의 선생님 중 한 분이었다. 평소 안내견학교에 행사가 있을 때면 사회를 도맡아 하시고는 했다는 얘기도 들었던 터였다. 목소리도 좋고 유머러스해서 결혼식 사회에 딱 맞을 것 같았다. 따지고 보면 선생님과 우리가 사적으로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니건만 어려운 부탁에 웃으며 동의해주신 고마운 박태진 선생님.
  그렇게 우리 부부의 결혼식을 위한 정예 멤버가 모두 정해졌다.
  그리고 어느덧 대망의 결혼식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2018. 10. 1. 제101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