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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시연

 

  우리의 결혼 소식을 지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청첩장, 그러나 시각장애인 커플만의 힘으로 청첩장을 제작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수많은 사이트 중 제작을 맡길 사이트를 선정하고, 그곳에서 샘플로 받아볼 청첩장을 선택하는 것부터가 시력이 없이는 진행할 수 없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가족과 직장 동료 등 온갖 인적 자원을 총동원해 겨우 제작할 수 있었다.
  동생의 도움으로 선택한 제작 사이트에서 보내준 각종 청첩장 샘플과 감사장, 봉투, 그리고 카탈로그들. 화면과 실물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1차 심사에서 대부분을 탈락시킨 뒤 시부모님의 의견을 여쭙기 위해 보내드렸으나 우리가 미리 골라둔 최종후보가 아닌, 탈락한 청첩장 속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셨다.
  조금 더 특별하고 개성 있는 디자인을 원했던 우리와는 달리 누가 봐도 청첩장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인 신랑 신부 그림의 디자인을 선택하신 것이다. 그렇게 결정된 청첩장을 주문하기 위해 제작 사이트에 접속해 디자인과 모델명을 확인한 뒤 주문사항을 입력하고 시안을 확인하길 여러 번. 청첩장 제작을 위해 선택할 것과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이 그렇게 많을 줄은 미처 몰랐다.
  먼저 인사말을 정하고 혼주인 양가 부모님의 성함과 우리의 이름, 예식일시와 장소, 교통편과 주차안내, 약도 등을 포함해야 한다. 거기에 양가에서 필요한 청첩장과 봉투의 매수, 종이봉투의 디자인은 물론 혼주 이름과 연락처 표시 여부도 결정해야 하며, 식권을 별도로 준비할 경우 필요한 매수와 디자인도 함께 결정해 주문해야 한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지인들의 도움을 통해 비교적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었으나 가장 중요한 한 가지인 인사말을 결정하지 못해 한참을 고생해야 했다.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샘플 인사말은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고, 겨우 좋은 시 한 편을 찾아 인사말로 사용하려 하니 청첩장 디자인이 망가져 삽입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머리털을 쥐어 뜯어가며 고뇌 끝에 스스로 작성하게 된 우리 부부의 청첩장 인사말은 다음과 같다.

  “풀꽃 향기 그윽한 5월의 어느 따스한 봄날,
  산들바람을 타고 꽃밭 위를 노니는 작은 나비 한 쌍이 되어
  영원을 약속하는 두 사람만의 아름다운 여행을 시작하려 합니다.
  서로의 손을 마주 잡고 믿음 가득한 첫걸음을 내딛게 될 행복한 순간,
  축복과 격려의 마음으로 저희 곁에 함께 자리해주시기를 깊이 소망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주문을 완료하고 얼마 뒤 배송받은 청첩장, 그러나 받았다고 끝이 아니었으니. 이름하야 청첩장 제작공방을 가동해야 했던 것이다.
  수백 장의 청첩장과 봉투를 들고 흔쾌히 도움을 주기로 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로 방문해 본격적인 청첩장 공방을 차렸다. 한쪽에서는 모양에 맞게 청첩장을 접고, 다른 쪽에서는 접은 청첩장을 봉투에 넣은 뒤 마지막으로 스티커로 밀봉한다. 그렇게 우리는 500장의 청첩장을 정말 미친 듯이 접고 또 접었다.
  그 후 양가에서 필요한 수량만큼 나누어 각자 집으로 운반해가고 우리 부부의 지인들에게 보낼 청첩장은 한글 프로그램과 라벨지로 작업해 이름과 주소를 봉투에 붙인 뒤 우체국에서 발송하는 과정을 반복하여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서야 청첩장 전달을 완료할 수 있었다.
  사실 요즘은 종이 청첩장과 더불어 모바일 청첩장을 꼭 함께 하는 추세라 우리 부부 역시 모바일 청첩장을 준비했다. 그런데 접근성이 워낙 좋지 않아 시각장애인 지인들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거의 없었다. 고민 끝에 별도의 모바일 청첩장을 만들기로 했다.
  먼저 종이 청첩장의 디자인을 사진으로 찍어 대체텍스트와 함께 첨부하고 인사말과 예식정보 등 청첩장의 내용을 텍스트 형태로 삽입했다. 여기에 포털 사이트의 지도 서비스를 연계해 웨딩홀 위치를 안내하여 완성된 특별한 모바일 청첩장. 그리하여 우리의 모바일 청첩장에는 제작 사이트에서 만든 청첩장 URL과 내 블로그에 시각장애인 지인들을 위해 별도로 만든 청첩장 URL이 모두 삽입되어 조금은 특별한 유니버설 청첩장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2018. 9. 1. 제100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