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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시연

  보통 상견례 후에 예식장을 예약하고 나머지 결혼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이미 예식장부터 혼수 구매까지 완료한 뒤 상견례를 하게 되었다.
  자영업을 하던 친정 부모님도 그렇고 시부모님 역시 워낙 바쁜지라 결혼식을 두 달 남겨둔 3월 14일이 되어서야 상견례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친정과 시댁이 모두 은평구에 거주하고 있어 장소를 정하는 것은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때마침 양가 모두 가본 적이 있던 한정식집이 있어 남편 이름으로 점심 식사를 예약한 뒤 인터넷에서 후기를 찾아보는데, 불친절하다는 불만 글이 자꾸만 발견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이미 날짜와 시간이 양가에 알려진 뒤라 다른 곳을 알아보기도 늦은 상태였다. 결국 불안한 마음을 안고 상견례 날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막상 상견례 날은 다가오는데 옷장에는 입고 갈만한 옷이 보이질 않는다.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당시 내 활동지원사로 굉장히 오랫동안 함께 해주시던 선생님과 퇴근 후 강남역 지하 쇼핑센터를 방문했다.
  그 많고 많은 가게를 둘러보다 선생님의 강력 추천으로 들어가게 된 곳에서 발견한 의상. 밑단에 레이스 자수가 들어가 있는 가죽 재질의 H라인 검정 스커트와 자수 패턴이 목 부분을 가려주는 단정한 형태의 흰색 블라우스, 허리 라인까지 짧게 내려오는 흰색 자수 패턴 재킷까지. 고른 옷으로 모두 갈아입고 선생님과 옷가게 사장님의 OK 사인을 받은 뒤 결제를 하려는데, 결혼 선물이라며 그 비싼 옷들을 선뜻 건네주시는 선생님. 어찌나 감사하고, 죄송하고, 기쁘던지.
  드디어 긴장의 상견례 당일. 우리 가족이 먼저 도착해 예약된 자리에 앉아 있는데 두런두런 남편과 시부모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만난 양가 부모님은 서로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착석했는데 보통 아버님들이 중간에 앉는 것과는 달리 어머님들이 나와 남편에게 음식을 챙겨주셔야 하는 관계로 양가 어머님들이 중간에 앉도록 자리 배치를 바꾸는 해프닝도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시작된 어색한 상견례, 그나마 시부모님은 아주버님을 장가보내시며 상견례 경험이라도 있으셨지만, 우리 집은 내가 첫째였던지라 그야말로 첫 경험. 얼마나 어색하던지. 그러나 그런 어색함도 잠시, 간단한 소개가 시작되고 덕담이 오가고 우리에 대한 칭찬이 오가면서 분위기는 점차 부드러워졌고 때마침 음식까지 준비되면서 걱정했던 것과 달리 편안한 분위기에서 상견례를 진행할 수 있었다.
  사실 우리 부부는 이미 결혼 준비가 거의 끝난 상태였기 때문에 예단이나 혼수 등 민감한 주제의 대화가 나올 일도 없었다. 말 그대로 결혼 전 양가 부모님이 서로 인사 나누시는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지라 시종일관 편안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한 가지 아버님이 굉장히 아쉬워하셨던 건 나의 친정아버지는 물론 아주버님의 장인어른 되시는 분 모두 술을 거의 못 하셔서 사돈과 즐겁게 술자리를 하고 싶으셨던 바람은 결국 이뤄드리지 못했다. 그래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한 시간 정도 식사가 이어진 뒤 모두 즐거운 분위기에서 상견례를 마칠 수 있었다.
  조금 더 시간을 보내면 좋았겠지만 친정아버지가 가게를 열어야 할 시간이 다 되어, 아쉽지만 그 날의 자리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음식점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린 상견례.
  다행히 양가 부모님 모두 좋은 이미지로 이날을 기억해주셔서 그동안 걱정하고 불안해하던 나와 남편 모두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온 것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준비해야 하지만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던 상견례의 기운을 받아 무사히 쭉쭉 진행할 수 있으리라!

(2018. 8. 15. 제100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