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20년이 지나도 한결같은 맛 ‘신촌수제비’
지석봉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지면을 통해 여러분과 함께 맛집 기행을 떠날 지석봉입니다.
최근 텔레비전, 아프리카 TV, 유튜브에서 연예인과 BJ가 맛집을 찾아다니고 소개하는 방송들 많이 접하셨을 텐데요. 우리 시각장애인에게는 ‘화면으로 보여지는 것이 있기에 약간의 괴리감이 느껴진다’라는 말을 종종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이 직접 시각장애인에게 여행지나 맛집을 소개하면 더욱 피부에 와 닿지 않을까 늘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지난해 4월부터 KBS 제3라디오 ‘우리는 한 가족’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지석봉의 오감 나들이’라는 코너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약 한 달 전쯤에는 점자새소식 담당자가 맛집 이야기를 글로 풀어달라고 제의했습니다. 공중파 방송에서 얘기 못 한 진짜 맛집을 제대로 소개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며 흔쾌히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전국을 다니면서 ‘진짜 맛집’이라고 생각한 곳을 여러분께 소개하고, 나눠보려고 하는데요. 맛집을 찾아가는 설렘,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정겨움,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의 희열 등을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제일 먼저 소개할 맛집은 저의 20년 단골집인 ‘신촌수제비’입니다.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가는 요즘,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는 그런 계절이 다가오고 있는데요. 이런 계절에 생각나는, 오랜 시간 끓여낸 사골 국물에 쫀득쫀득한 수제비를 뚝뚝 뜯어 넣고, 채소와 고기를 고명으로 올린 수제빗집을 찾아가 보겠습니다.
이곳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도보로 약 2분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신촌 현대백화점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 약 30초 걸으시면 다시 오른쪽 첫 번째 골목으로 우회전하고, 바로 오른쪽 첫 번째 집이기에 찾아가기도 매우 쉽습니다.
1988년에 수제빗집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현재 위치에서 약 1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약 3년 전쯤 확장 이전하였습니다. 이전하기 전에는 테이블이 7개밖에 되지 않아서 점심때나 저녁때는 30분 이상 줄을 서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전한 후에는 10분에서 15분 정도만 기다리면 맛있는 수제비를 먹을 수 있게 됐답니다.
메뉴는 딱 두 가지인데요. 수제비(4,000원) 김밥(2,000원)입니다. 요즘 4,000원으로 무엇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 보면 답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을 텐데요, 이곳 찾으시면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은 음식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1,000원을 추가하면 곱빼기로 드실 수 있지만 워낙 양이 많아 정말 대식가 아니고서는 곱빼기를 주문하지 않아도 됩니다. 슬쩍 주문을 받는 아주머니에게 ‘좀 많이 주세요’라고 하면 정말 많이 먹을 수 있습니다.
식당에 들어가면 오른쪽 벽으로는 벽을 바라보고 혼자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돼 있고, 왼쪽으로는 카운터와 주방이 공개돼 있습니다. 주로 2인석 테이블이 있어서 3인 이상인 경우 테이블을 붙여서 이용하시면 되고 테이블에 수저통과 냅킨이 서랍 안에 들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이곳을 찾는 이유는 국물의 깊은 맛인데요. 오랜 시간 사골로 끓여 낸 구수하고 담백한 맛입니다.
주문하면, 먼저 단무지가 테이블에 놓입니다.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것은 이 집의 깍두깁니다. 테이블 위에는 항상 깍두기가 담겨 있는 항아리가 놓여 있는데요. 매일 아침 신선한 무로 직접 담근다고 합니다. 살짝 익어 깔끔하고 신선한 맛입니다.
넓은 양은그릇에 수제비가 한 그릇 나오면 수제비 위에 고명으로 올린 볶은 호박, 당근, 파, 다진 고기 등을 살살 골고루 저어 드셔야 하고요, 매콤한 맛을 선호하는 분은 테이블 위에 있는 후춧가루와 양념장을 넣어 드시면 더욱 맛있게 드실 수 있습니다. 양념장을 넣어 드시는 분은 오랜 시간 저어서 뭉친 양념을 드시지 않도록 유의하세요.
깊은 육수 외에도 이곳의 또 하나 자랑거리는 수제비가 매우 쫄깃하고 매끈하다는 것인데요. 진한 국물과 함께 먹는 탱글탱글한 수제비의 식감은 어느 수제빗집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김밥도 빼놓을 수 없는 메뉴인데요. 매우 기본적인 맛으로, 특징은 햄이 아닌 소시지를 넣었다는 것입니다. 어릴 때 먹던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곳은 다른 곳에서 느끼지 못하는 친숙함을 느낄 수 있어 더욱 마음이 갑니다. 10~20년 이상 근무하신 식당 종사자분들이 언제나 반갑게 맞이해주시죠. 그래서인지 단 한 번도 육수의 맛이 바뀌거나 수제비의 식감이 변함이 없답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이 식당의 단골이 되었던 이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와 아내는 결혼 전부터 이곳 수제빗집의 단골이었는데요. 데이트할 때 수제빗집을 들러 홍대에 있는 아내의 직장까지 걸으며 도란도란 사랑을 키워 왔던 것도 이 집이 제게 각별한 이유가 될 것 같네요.
찬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이 왔습니다. 진한 국물과 쫄깃한 수제비의 식감을 느낄 수 있고, 특별히 가격까지 저렴해서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신촌수제비를 방문해서 몸도 마음도 따뜻한 겨울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 더욱 맛있게 먹기: 설렁탕을 비롯한 고깃국물인 경우 깍두기를 넣어 드시는 분이 계신데요. 이곳에서도 잘 익은 깍두기를 몇 수저 수제비에 넣어 드시면 깍두기의 감칠맛과 깊은 사골 육수의 만남이 환상적입니다.
*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로 87-8 금은동빌딩 1층, 신촌수제비
* 영업시간: 매일 10시~21시(일요일 휴무)
* 전화: 02-334-9252
* 기고자 소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영등포지회장, 성음회(전국 시각장애인 전화 사서함 담당자 모임) 회장, KBS 제3라디오 우리는 한 가족 ‘지석봉의 오감 나들이’ 출연
최근 텔레비전, 아프리카 TV, 유튜브에서 연예인과 BJ가 맛집을 찾아다니고 소개하는 방송들 많이 접하셨을 텐데요. 우리 시각장애인에게는 ‘화면으로 보여지는 것이 있기에 약간의 괴리감이 느껴진다’라는 말을 종종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이 직접 시각장애인에게 여행지나 맛집을 소개하면 더욱 피부에 와 닿지 않을까 늘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지난해 4월부터 KBS 제3라디오 ‘우리는 한 가족’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지석봉의 오감 나들이’라는 코너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약 한 달 전쯤에는 점자새소식 담당자가 맛집 이야기를 글로 풀어달라고 제의했습니다. 공중파 방송에서 얘기 못 한 진짜 맛집을 제대로 소개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며 흔쾌히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전국을 다니면서 ‘진짜 맛집’이라고 생각한 곳을 여러분께 소개하고, 나눠보려고 하는데요. 맛집을 찾아가는 설렘,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정겨움,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의 희열 등을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제일 먼저 소개할 맛집은 저의 20년 단골집인 ‘신촌수제비’입니다.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가는 요즘,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는 그런 계절이 다가오고 있는데요. 이런 계절에 생각나는, 오랜 시간 끓여낸 사골 국물에 쫀득쫀득한 수제비를 뚝뚝 뜯어 넣고, 채소와 고기를 고명으로 올린 수제빗집을 찾아가 보겠습니다.
이곳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도보로 약 2분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신촌 현대백화점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 약 30초 걸으시면 다시 오른쪽 첫 번째 골목으로 우회전하고, 바로 오른쪽 첫 번째 집이기에 찾아가기도 매우 쉽습니다.
1988년에 수제빗집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현재 위치에서 약 1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약 3년 전쯤 확장 이전하였습니다. 이전하기 전에는 테이블이 7개밖에 되지 않아서 점심때나 저녁때는 30분 이상 줄을 서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전한 후에는 10분에서 15분 정도만 기다리면 맛있는 수제비를 먹을 수 있게 됐답니다.
메뉴는 딱 두 가지인데요. 수제비(4,000원) 김밥(2,000원)입니다. 요즘 4,000원으로 무엇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 보면 답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을 텐데요, 이곳 찾으시면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은 음식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1,000원을 추가하면 곱빼기로 드실 수 있지만 워낙 양이 많아 정말 대식가 아니고서는 곱빼기를 주문하지 않아도 됩니다. 슬쩍 주문을 받는 아주머니에게 ‘좀 많이 주세요’라고 하면 정말 많이 먹을 수 있습니다.
식당에 들어가면 오른쪽 벽으로는 벽을 바라보고 혼자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돼 있고, 왼쪽으로는 카운터와 주방이 공개돼 있습니다. 주로 2인석 테이블이 있어서 3인 이상인 경우 테이블을 붙여서 이용하시면 되고 테이블에 수저통과 냅킨이 서랍 안에 들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이곳을 찾는 이유는 국물의 깊은 맛인데요. 오랜 시간 사골로 끓여 낸 구수하고 담백한 맛입니다.
주문하면, 먼저 단무지가 테이블에 놓입니다.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것은 이 집의 깍두깁니다. 테이블 위에는 항상 깍두기가 담겨 있는 항아리가 놓여 있는데요. 매일 아침 신선한 무로 직접 담근다고 합니다. 살짝 익어 깔끔하고 신선한 맛입니다.
넓은 양은그릇에 수제비가 한 그릇 나오면 수제비 위에 고명으로 올린 볶은 호박, 당근, 파, 다진 고기 등을 살살 골고루 저어 드셔야 하고요, 매콤한 맛을 선호하는 분은 테이블 위에 있는 후춧가루와 양념장을 넣어 드시면 더욱 맛있게 드실 수 있습니다. 양념장을 넣어 드시는 분은 오랜 시간 저어서 뭉친 양념을 드시지 않도록 유의하세요.
깊은 육수 외에도 이곳의 또 하나 자랑거리는 수제비가 매우 쫄깃하고 매끈하다는 것인데요. 진한 국물과 함께 먹는 탱글탱글한 수제비의 식감은 어느 수제빗집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김밥도 빼놓을 수 없는 메뉴인데요. 매우 기본적인 맛으로, 특징은 햄이 아닌 소시지를 넣었다는 것입니다. 어릴 때 먹던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곳은 다른 곳에서 느끼지 못하는 친숙함을 느낄 수 있어 더욱 마음이 갑니다. 10~20년 이상 근무하신 식당 종사자분들이 언제나 반갑게 맞이해주시죠. 그래서인지 단 한 번도 육수의 맛이 바뀌거나 수제비의 식감이 변함이 없답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이 식당의 단골이 되었던 이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와 아내는 결혼 전부터 이곳 수제빗집의 단골이었는데요. 데이트할 때 수제빗집을 들러 홍대에 있는 아내의 직장까지 걸으며 도란도란 사랑을 키워 왔던 것도 이 집이 제게 각별한 이유가 될 것 같네요.
찬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이 왔습니다. 진한 국물과 쫄깃한 수제비의 식감을 느낄 수 있고, 특별히 가격까지 저렴해서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신촌수제비를 방문해서 몸도 마음도 따뜻한 겨울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 더욱 맛있게 먹기: 설렁탕을 비롯한 고깃국물인 경우 깍두기를 넣어 드시는 분이 계신데요. 이곳에서도 잘 익은 깍두기를 몇 수저 수제비에 넣어 드시면 깍두기의 감칠맛과 깊은 사골 육수의 만남이 환상적입니다.
*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로 87-8 금은동빌딩 1층, 신촌수제비
* 영업시간: 매일 10시~21시(일요일 휴무)
* 전화: 02-334-9252
* 기고자 소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영등포지회장, 성음회(전국 시각장애인 전화 사서함 담당자 모임) 회장, KBS 제3라디오 우리는 한 가족 ‘지석봉의 오감 나들이’ 출연
(2018. 11. 15. 제101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