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화 손쉽게 사용하는 가전제품 2: 든든한 건강지키미 오쿠
장용전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 아 바로 내 나이 40, 불혹이다. 사실 40이라는 나이는 남성호르몬이 감소해가기 시작하는 나이니까 뭐 일리가 있긴 하겠다만? 무엇이든 잘 먹어서 조금 덜 피곤하면 내가 하고 싶은 일들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으니 그러한 세계가 바로 보약의 세계 되시겠다. 그럼 뭘 먹으면 되는 거지? 개인 취향과 체질을 모르고 보약을 추천하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일지니!
모든 한방과 양방의 약들을 섭렵하고 자칭 약쟁이의 반열에까지 올랐으니 고로 이번 시간에는 약보다는 약을 만들 수 있는 ‘오쿠’라는 신통방통한 녀석을 소개하려 한다.
오쿠는 물을 끓여 수증기로 내용물을 쪄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운데 압력밥솥에서 볼 수 있는 추가 달려 있다. 110도로 가열된 수증기가 게르마늄으로 만들어진 솥을 가열하여 나온 원적외선으로 음식 및 약재를 쪄내는 것인데 내부 솥에는 뚜껑이 있어 재료에서 발생하는 향기가 밖으로 거의 빠져나오지 않는다.
실제로 오쿠로 만든 음식이나 보약을 먹어보면 진한 맛과 향기에 깜짝! 겉 뚜껑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열어보면 도자기로 만들어진 겉솥과 내솥이 위용을 나타낸다. 게르마늄 솥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약성을 더욱 올려주는 역할을 한다고 광고하는 그것이다.
처음에는 겉솥과 내솥의 차이와 쓰임새를 잘 알지 못했는데 겉솥은 찜이나 죽 종류를 할 때 사용하면 되고 내솥은 미세한 구멍들이 하단에 뚫려 있어서 원액 등을 만들 때 사용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양파와 배즙은 진심 감동이었다.
겉솥을 들어내 보면 아랫면에 같은 지름의 동그랗고 깊은 홈이 파여 있는데 이곳이 가열판으로써 조리 전에 물을 부어 주어야 한다. 동봉된 계량컵으로 두 번 정도 부으면 가열판을 가득 채울 수 있다. 여기서 가열된 수증기가 올라가 습막을 형성하게 되는 것. 도자기 그릇이 맞닿아 깨지지 않도록 둘레에는 고무 패킹 3개가 볼록하게 올라와 있어 유격을 만들어 주었다.
그 어떠한 매뉴얼 없이 그냥 무조건 뜯어서 사용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는데 물을 안 부었더니 가열판에 물 부으라고 경고메시지 나오더라는. 그런데 지금도 정말 궁금한 것인데 숙성계란 즉 맥반석 계란 만들 때 가열판에 자스민차를 넣으면 계란에서 자스민 향이 난다. 분명 뚜껑도 고무패킹으로 공기가 거의 안 통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건 어찌된 일인건지.
글을 마무리하며 오쿠의 단점과 알아두면 좋을 팁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1. 터치방식이다
이전 조리시점을 기억하고 있어서 처음에 정말 애를 먹었는데 아니 전원 다시 꼽으면 리셋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계속 취소버튼을 누르라고 하는데 난 그게 어디 있는지 몰랐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취소버튼의 위치를 알아서 터치했는데도 안 되서 몹쓸 기계구나 할 쯤 알게 되었다. 취소버튼을 톡 터치하는 게 아니라 꾸욱 누르고 있어야 하더라. 으악.
여튼 이놈의 터치 때문에 처음에 엄청 헤맸는데 좌우에 두 개씩 스티커를 붙이는 것만으로 깨끗하게 해결했다. 메뉴 선택 버튼을 한번 누를 때마다 조리하고자 하는 목록을 이동하며 음성으로 읽어준다. 사실 음성 안내가 되지 않았으면 사용이 불가능했을지도. 메뉴만으로도 충분히 오쿠를 100퍼센트 활용할 수 있으니 상관없다.
2. 겉솥이고 내솥이고 간에 손잡이나 주둥이가 없다
찜이나 죽을 먹으려고 조리를 했다면 용기를 꺼내서 붓는 건 무리다. 통째로 거기서 국자로 덜어야 한다. 뜨 뜨 뜨거워서 도자기라서 들어 옮길 수가 없다. 게다가 보약 달임이나 원액 등을 먹으려고 조리를 하면 ‘이거 어떻게 따르지’라는 문제에 봉착한다. 한 두 방울 흐르는 것에 겁먹지 않고 그냥 냅다 부어버리는 강수를 쓰곤 했는데 이 역시 손잡이가 없으니 식혀서 해야 된다. 한 방울도 흘리지 않으려면 입구가 매우 넓은 깔때기를 사용하거나 위생팩 비닐봉지 아래쪽을 뚫어서 사용해야 할 듯 싶다.
3.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
110도의 수증기로 간접 가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간단한 찜요리도 기본 조리 시간이 두 시간이다. 숙성계란 4시간 30분, 흑마늘 같은 경우는 거의 하루를 투자해야 한다. 아 노파심에서 말해두는데 흑마늘은 웬만하면 거실에서 시도하지 말기를. 냄새가 죽음이다.
그러함에도 오쿠를 사용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맛과 향이 뛰어난 요리와 보약을 매우 저렴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자 지금부터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현명한 선택에 동참해 보지 않으시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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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6. 15. 제102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