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영어 교사의 학교 이야기
남기현(성산중학교 영어교사)
나는 올해 중등임용시험에 합격해 성산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새내기 교사다.
합격발표 후 발령이 나기까지 여러 가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선생님이 될 준비가 됐는지에 대한 고민과 동료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시각장애인 교사를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교장 선생님을 비롯해 여러 선생님들이 따뜻하게 환영해주셔서 선생님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안심할 수 있었다.
반면, 내가 발령받은 성산중학교 아이들이 많이 거칠다는 소문에 내 걱정은 더욱 커졌다.
게다가 중2병이 돈다고 할 만큼 선생님들이 가장 가르치기 어려운 학년이 중2라는 소리를 익히 들어왔기 때문에, 내가 2학년 학생들을 데리고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더 많이 되었다.
출근 첫 주, 보조교사가 구해지지 않아 회화전담강사님이 수업시간에 도와주기로 하셨다. 하지만 첫 시간만큼은 혼자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 혼자 교실로 향했다.
수업에 들어가기 전 학생들에게 나를 어떻게 소개할 것이고, 영어를 어떻게 이해시켜야 될지 그리고 교실에서 학생들이 지켜줬으면 하는 규칙들까지 정하는 등 많은 준비를 했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시각장애인 선생님에 대해 신기해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신기해하던 것도 잠시 아이들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 다음부터는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는 데에 급급했다.
그런 나머지 준비했던 첫 날 수업내용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나머지 반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수업시간에 소란스러운 것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아무렇지 않게 내게 상처가 되는 말로 장난을 치기도 했다.
그래서 처음 며칠 동안은 상처를 입고, ‘내가 혼자 들어가서 그렇게 된 것일까? 아니면 내가 뭐를 잘 못하고 있는 것일까?’ 등 자책을 많이 했다. 주변 선생님들이 비시각장애인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들어가도 그렇다고 하면서 위로해주셨지만, 내가 고쳐야 될 점이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직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방향이 정해진 것 같다. 결론은 ‘그냥 내 성격대로 하자’였다.
내 성격상 화를 내고나면 오히려 마음이 더 안 좋아지기 때문에, 화를 잘 내지 않는다. 그래서 애들을 조용히 시키기 위해 화를 내는 대신, 아이들에게 좀 더 다가가고 이름도 불러주면서 아이들이 나를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그리고 영어시간을 어렵고 긴장되는 시간이 아닌 편하고 즐겁게 있다가 갈 수 있는 그런 수업을 만들려고 한다.
이제 성산중학교에 부임한 지 한 달 정도가 지났다. 아직도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많이 떠들고 수업을 잘 안 듣는 학생들도 많이 있어 고민이 많다. 때로는 지쳐서 수업할 의욕을 잃기도 한다. 그래도 나를 보고 반갑게 “몇 반 누구누구에요”라고 인사해주는 학생들, 먼저 다가와서 손을 잡아주고 “선생님 보고 싶어서 교무실에 왔다”고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하는 예쁜 학생들이 있어서 저절로 다시 웃게 되고 학교에 매일매일 즐겁게 갈 수 있는 것 같다.
처음 시작하는 학교생활이라 어설픈 모습도 많이 보이고 어떻게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한 달을 지냈다. 앞으로도 나를 좌절하게 만드는 학생들을 만날 것이고 어떻게 수업을 해야 학생들이 수업에 더 빠져들게 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겠지만 지금 가진 이 마음과 열정을 잃어버리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한 달. 짧다면 짧은 시간이고 짧지 않으면 짧지 않은 시간이다. 이 시간동안 학생들 때문에 많이 속상했지만 이미 학생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학생들을 진심을 다해서 마음으로 사랑하는 선생님이 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