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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웃음엔 장애가 없다(장길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12-16 오전 11:38:48

조회수 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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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웃음엔 장애가 없다(장길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12-16 오전 11:38:48 (조회 : 2415)

웃음엔 장애가 없다
장길수(시각장애인 웃음치료사)

  지금은 산수유마을로 또 지리산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예전엔 사람들이 구례가 어딘지 몰랐다. 그 정도로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다. 그렇다. 내 고향은 물 좋고 산 좋은 구례다. 가난했지만 동네 아이들은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며 행복했다. 오이서리, 칡 캐기, 연날리기. 그러나 난 예외다. 난 그들같이 밝은 눈으로 메뚜기를 잡을 수도 버찌를 따 먹을 수도 없었다. 내겐 행복한 어린 시절은 없었다.
  불행은 5살 때 바람처럼 왔다. 홍역을 심하게 앓았다. 하지만 당시엔 병원도 못 가고 낫기만 기다리는 형편이었다.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결과는 심각했다. 1급 시각장애인이 된 것이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도 경쟁이 힘든 세상 아닌가? 사물이 정확히 인식되지 않고 뿌옇게 식별된다는 건 엄청난 핸디캡이었다. 하지만 인생 낙오자가 되긴 싫었다. 시각에 이상이 있는 만큼 남들 보다 더 노력했다.
  다행히 하늘이 부지런하고 지혜로운 아내를 주었다. 아내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했다. 노점, 식당, 목장, 출판사 돈이 모이는 듯했으나 눈이 잘 안 보이니 나쁜 사람들한테 이용을 당했다. 결국 무너졌다. 부도가 난 것이다. 죽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죽는 것도 어려웠다. 보이질 않으니 죽는 도구를 찾기도 힘들었다. 한강에 가기로 했다. 그러나 강에 빠지는 것도 나 같은 시각 장애인에겐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한강 가는 버스를 잘못 탔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한강 찾다가 하루가 다 갔다. 사업에 실패한 인생, 자살마저도 실패했다.
  우울증이 왔다. 조금 지나니 조울증으로 발전했다. 공황증도 생겼다. 너무 힘들었다. 그 시기 천사의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장길수님, 한국시각장애복지관인데요. 혹 시각 장애인을 위한 재활치료를 받으시면 어떨까요?”
  한태순 팀장의 인도로 점자, 보행 등 재활 치료를 받았다. 이런 세상도 있구나. 하루하루가 감동이고 행복이었다. 장애인에게 이렇게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니. 그러던 어느 날 복지관 김성일 선생님이 웃음치료 교육을 받기를 권했다.
  웃음도 배우고 악기도 배우기 위해 송파에 있는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에 등록했다. 거기서 내 운명을 바꾸어놓은 또 한 번의 만남이 있었다.
  “이번 시간 강사님 누구당가요?”
  “유머강사님이랍니다.”
  유머강사라면 웃길까? 감동적일까? 반신반의하며 시간되길 기다렸다. 드디어 강사님이 등장했다.
  “유머강사1호 김진배입니다. 제 이름에서 받침 빼면 기지배가 되지요.”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웃기고 울리고 시간가는 줄 모르게 끝났다. 명함을 받고 물었다.
  “원장님 감동 많이 받았습니다. 저도 유머강사가 될 수 있을까요?”
  며칠 후 한국유머센터에 등록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하루도 안 빠지고 참석했다. 학원에 가다 눈에 미끄러지고 다른 건물로 들어간 것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정상인을 따라 잡으려면 그들의 다섯배 열배의 노력이 필요했다.
  배운 지 1달 후 원장님이 무대에 서라고 했다. 두려워서 거절했다. 3달이 지난 후 다시 서라 하신다. 에라, 모르겠다. 서기로 했다. 내 살아온 체험담 위주로 전했다. 의외로 센터 회원들이 많이 웃고 공감해 주었다. 자신이 생겼다. 원장님과 상의하여 호칭을 만들었다.
  ‘시각 장애인 출신 유머강사 1호 장길수.’ 명함을 찍었다. 복지관에 병원에 돌렸다. 아픔이 컸기에 행복도 크고 보람도 크다. 청중들도 연민을 가지고 보아선지 집중도 잘 해주고 공감도 잘 해준다. 나도 덩달아 신나 강의도 더 잘된다. 지금은 한국유머센터에서도 최고의 강사, 최고 긍정맨으로 통한다.
  복지관에서도 최고의 인기강사 중 하나로 섰다. 강사 무대에선 아직 병아리 강사다. 하지만 격려해주고 칭찬해주는 사람이 늘어나니 행복하다. 복지관, 교회, 병원 무대에 설 때마다 어르신들, 환우님들, 성도님들이 내 손을 부여잡고 같이 웃고 같이 운다. 당신들도 아팠노라고 두 시간, 세 시간 하소연도 한다. 그들의 아픔을 들어주는 게 너무 좋다.
  이제 내 천직을 찾았다. 강의를 마치고 나오며 하늘에 고백한다. 어린 시절 홍역도, 사업을 하며 당했던 숱한 어려움도 모두가 감사하다고. 나도 모르게 노래가 나온다. “나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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