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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이 사는 세상

희망공간 시각장애인이 사는 세상
게시물 내용
제목 시각장애인 조순이 씨의 유쾌한 시장보기!
작성자 박아영 작성일 2014-12-24 오후 4:20:15 (조회 : 2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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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은 뭘 해서 먹지?”
나 홀로 사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1/4이라고 한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걱정거리 중 하나는 뭘 먹을까에 대한 고민이다. 외식은 가계에 부담이 되고, 음식을 해 먹자니 시장 보기부터 요리까지 모든 게 쉽지 않다. 이뿐인가. 청소, 빨래, 집안 정리 등등 살림살이 또한 만만치 않다.
비장애인도 혼자하기 어려운 살림살이인데, 홀로 독거하는 시각장애인들은 오죽하겠는가.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이 홀로 살림살이를 할 수 있을까.
그러한 걱정은 붙들어 매시라! 시각장애인은 삶을 살아가면서 경험과 훈련을 통해 살림 노하우를 하나씩 터득해 간다. 혼자서 완벽하게 할 수는 없지만, 주변의 도움을 조금만 받는다면 많은 것들이 가능하다.
 
항상 웃는 얼굴로 주변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드는 조순이(63세) 씨. 그녀는 강동구 암사동에서 홀로 독거하는 시각장애인이다. 빛도 느낄 수 없는 중증시각장애인이지만, 살림은 마치 보이는 사람처럼 척척해낸다. 집안은 먼지 하나 없이 말끔하고, 가재도구도 흐트러짐 없이 제 위치에 있다. 일주일에 두어번은 장을 보러 시장에도 간다. 물론 활동보조인의 안내를 받아야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물건을 고를 때는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꼼꼼하게 상태를 확인하면서 구매한다고 한다.
 
 
 
■ 행복 가득 담은 장바구니
백문이 불여일견! 꽃샘추위로 쌀쌀한 3월 어느 날, 조순이 씨의 장보기에 동행해 봤다.
시장에 들르기 전, 머리부터 손봐야 한다며 단골로 이용한다는 미용실로 향했다. 미용실에 들어서자 원장님이 친한 언니를 대하듯 반갑게 맞이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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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 앉자 ‘어떻게 잘라드릴까요?’라는 말도 없이 가위질을 시작한다. 순이 씨도 머리 스타일은 전혀 관심 없는 듯 원장님과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수다를 떠는 동안 커트가 끝났고, 순이 씨는 만족한 미소를 짓는다.
“머리가 깔끔하게 잘됐네”라며 만원짜리 한 장을 꺼내서 건넸고, 원장님은 천원짜리 몇장을 거슬러 줬다.
“왜 이리 많이 거슬러 줘? 호호호”
“예쁜 사람이니까~! 젊어지셨어. 4학년 8반이라고 해도 되겠네~ 하하하”
미용실 원장님의 립서비스와 에누리로 순이 씨는 기분이 업(up)되어 보였다. 미용실을 떠나 시장을 향해 가는 동안 원장님이 매번 요금을 깎아주신다며 따뜻한 마음씨에 찬사를 늘어논다.
 
순이 씨의 오늘 장보기는 반찬가게에 들러 배추겉절이를 사고, 채소가게에 들러 나물반찬꺼리 구매한 후 옷가게에 들러 티셔츠를 장만할 계획이다.
드디어 시장에 들어서고 반찬가게에 다다르자 가게주인이 그녀를 알아보고 반겨 맞는다.
“배추겉절이 좀 사려고요. 저번에 샀는데 맛있대요. 5천원어치 주세요.”
가게 주인은 비닐봉지에 겉절이를 한가득 담아준다.
“넉넉히 드렸어요. 호호”
봉지를 받아든 순이 씨는 “어머나, 왜 이리 많이 주는 거야. 너무 많이 주셨네~”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리곤 “대박나세요~”라며 넉넉한 인심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다음 목적지인 단골 채소가게로 가는 순이 씨의 발걸음이 흥겹다. 가는 내내 수다가 이어진다.
“반찬가게 사장님이 오늘 겉절이를 특별하게 많이 주셨네. 복지관 선생님이 따라오셔서 더 많이 주셨나봐요.”
 
 
 
“채소가게 가면 숙주나물 사려구요. 전 숙주나물을 잘 먹어요. 숙주를 삶아서 참기름 넣고 간장 양념해서 조물조물 무쳐서 먹으면 맛있어요. 나물 종류는 간장으로 양념해야 맛있거든요. 소금으로 하면 별루야. 시금치는 소금 넣어도 괜찮은데, 숙주나물은 간장으로 해야 제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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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수다를 떠는 사이, 어느덧 채소가게에 이르렀다.
채소가게 아저씨가 순이 씨를 단번에 알아보곤,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셨소. 하도 오랜만에 오셔서 나를 버렸나 했네”라며 타박하듯 반겼다.
“이집 단골인데 왜 내가 사장님을 버려요. 사장님이 날 버렸는지 몰라도 난 안버렸지. 호호호”
한바탕 웃으며 농담을 주고받은 후,
“제주도 무 하나 주세요. 맛있고 예쁜 걸로~ 아 그리고 숙주도 계세요? 오랜만에 숙주나물 해먹어야지. 2천원어치 주세요.”
채소가게 아저씨가 숙주가 듬뿍 담긴 봉투와 무를 건넨다. 순이 씨는 무를 손으로 만져보더니 “단단하고 싱싱하네~”라며 만족해했다. 채소를 고를 때 꼭 손으로 만져 본다고 한다. 만져보면 싱싱한지 아닌지 구별할 수 있단다.
이제 옷만 구입하면 오늘 장보기는 끝이다. 옷가게 앞에는 봄을 재촉하듯 형용색색의 봄옷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순이 씨는 하나하나 손으로 만지며 재질을 느껴본다.
“요즘에 이런 건 쫌 얇은 것 같아. 아직까지는 조금 애매하네. 초봄에나 입어야 할 옷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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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조금 두꺼워 보이는 옷을 건네자, “이것도 두꺼운 건 아니네. 소매 끝에만 쫌 두껍지 안감은 얇네요. 맘에 드는 옷이 안보이네.”
간절기에 입을 티셔츠 고르기에 실패한 순이 씨는 옷은 다음에 사기로 맘을 접는다.
옷을 살 때 색은 어떻게 고르는지 궁금해졌다. 주로 어떤 색의 옷을 사 입는지 물어봤다.
“까만색만 아니면 괜찮아요. 얼굴에 안 받는 것 같더라고요. 좀 밝은 색이 좋아요. 알록달록한 건 싫고, 빨간색은 잘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오늘 순이 씨의 장보기는 끝났다. 비록 맘에 드는 옷은 못 샀지만, 상인들의 따뜻한 마음씨에 그녀의 장바구니에는 행복이 가득 담겨졌다.
 
 
 
 
■ 작은 도움만으로도 가능해지는 것들
우리는 시각장애인들이 단순한 일도 못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모든 일을 도와줘야 하며, 판단도 대신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극히 잘못된 인식이다.
순이 씨처럼 시각장애인은 주변의 도움을 받아 시장에 가서 물건도 사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도 손질한다. 청소, 빨래, 집안 정리 등의 살림살이도 문제없다. 보지 못하는 부분을 해소해주는 작은 도움 하나면 뭐든 가능하다. 주변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살림살이를 완벽하게 하는 시각장애인도 적지 않다.
우리 주변의 시각장애인들은 큰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뜻한 관심에서 나오는 작은 도움이면 충분하다. 어떻게 도와야 할지 망설이지 말고, 가까이 다가가 도움의 손길을 건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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