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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이 사는 세상

희망공간 시각장애인이 사는 세상
게시물 내용
제목 행복을 볶는 시각장애인 로스터, 김성연 씨
작성자 박아영 작성일 2019-05-16 오후 12:19:25 (조회 : 300)

행복을 볶는 시각장애인 로스터, 김성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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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Roasting)’은 생두(볶기 전 원두)에 적정온도로 열을 가해 볶아 풍부한 맛과 향을 내는 과정을 뜻한다. 생두는 본래 갈색이 아닌 녹색을 띈다. 이 녹색 생두에 열을 가해 성분 변화를 일으켜야 우리가 아는 갈색 원두가 된다. 커피를 귀하게 여겼던 아랍인이 종자 유출을 막으려 불에 태우거나 익혀 내보냈다는 유래도 있고, 우연한 산불로 커피나무가 타면서 난 커피 향을 맡고 커피를 볶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전에는 볶지 않고 약으로만 먹기도 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볶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향의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된 것은 끊임없는 로스팅 연구를 하는 로스터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바리스타나 로스터라는 직업에도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우리에게 익숙한 바리스타가 아닌, 약간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로스터’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시각장애란 벽을 넘어 자신의 꿈을 이룬 시각장애인 최초 로스터 김성연(남, 30세) 씨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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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본래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고 카페를 왜 가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스마트폰에 관심이 많던 그는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스마트폰 동호회에 가입하게 되었고, 모임에 참석하면서 자연스레 카페를 드나들게 되었다.
“사람들과 어울려 아메리카노를 마시다보니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고, 집에서도 만들어 먹고 싶어서 인터넷 뒤져가며 독학을 시작했어요. 전맹이기 때문에 독학하기 힘들었는데, 다행히 좋은 동호회 분들이 지도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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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재 수유동에서 커피공방 ‘델프레소’를 운영하며 오픈마켓과 전화로 로스팅된 원두를 판매하고 있다. 로스터는 커피를 단순히 볶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원두 생산지를 잘 고르는 것도 일이고, 시중에 구하기 힘든 커피의 생두를 찾아 로스팅 방법을 연구하기도 한다. 2~3가지 원두를 블렌딩하여 풍미 가득한 커피를 조합해 내는 일도 한다.

“로스팅 기계를 만지는 일이 까다로워요. 온도와 시간을 정확히 조절해야하죠. 온도는 눈으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이 제가 말하는 대로 온도조절을 해줘요. 운송장 쓰는 등의 시각적 도움이 필요한 일을 해주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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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로스팅을 할 때 어머니가 된장찌개를 끓일 때 수시로 간을 보듯이 틈틈이 뜨거운 원두를 맛보며 온도 조절을 한다. 그는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로스팅을 시작한다.
“원두는 볶은 지 3일째가 가장 맛있어요. 미리 여유 시간에 볶아두면 편하겠지만 고객에게 가장 맛있는 원두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죠.”

좋은 원두가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낸다는 그는 델프레소 시작 전 카페를 운영했었다.
“로스팅 사업은 고객을 대면하지 않고 운영할 수 있지만, 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고객과 대면하며 하는 일이예요. 사람들은 제가 시각장애인인 것을 다 아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가게 앞에 쓰레기나 담배꽁초를 버리고 가는 등 안 좋은 일이 많았었어요. 이런저런 일들이 생기면서 카페 사업은 접고 로스팅 판매점을 운영하기로 했죠. 주문이 들어오면 물건을 택배로 보내기 때문에 제가 시각장애인인지 모르는 단골도 꽤 많아요. 비대면 사업은 오히려 편견이 없으니 제 입장에선 마음이 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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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수입의 일부를 커피 산지 어린이들에게 후원하고 있다.
“커피농장에서 아이들이 노동착취를 당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많이 속상하더라고요.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제가 사는 동네에도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많은데요. 한창 맛있는 밥 먹고, 즐겁게 놀아야하는 아이들이 저녁이 되면 편의점에서 밥을 먹거나 늦은 시간인데도 동네를 배회해요. 부모님이 맞벌이 하셔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많이 안쓰러웠죠. 그래서 나중엔 소외계층 아이들이 저녁에도 안전하게 놀고 귀가할 수 있는 체육 센터를 만들고 싶어요. 큰 꿈이지만 노력해보려고 해요.”

남을 위해 베푸는 꿈을 꾸는 그. 취미로 시작한 커피가 삶의 일부가 된 그의 꿈은 듣기만 해도 따뜻한 라떼 같은 포근함이 느껴진다. 최초 시각장애인로스터인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글·사진 박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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