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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재 기고] 나의 결혼 이야기 제1화 강시연,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강시연)
작성자 점자새소식 작성일 2018-05-15 오전 9:42:43 (조회 : 66)
제1화 강시연,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강시연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열기가 채 식지 않은 어느 여름날, 나에게 ‘교통사고’라는 커다란 불행이 찾아왔다. 낭랑 18세의 꿈 많던 여고생은 한순간에 생사를 오가는 힘겨운 시간을 버텨내야 했다. 그 모든 과정을 이겨낸 뒤에 남은 건 빛도 형체도 전혀 구분할 수 없는 1급 시각장애인이라는 또 다른 불행이었다.
  이후 조금씩 건강을 회복하며 집에서 시간을 보내길 몇 개월이 흘렀을까? 도저히 지루해 견딜 수가 없던 나는 무작정 114에 전화를 걸어 시각장애인협회가 있는지 물었다. 상담원은 맹학교를 안내했다. 맹학교에서는 우선 점자를 배워야 학교에 다닐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복지관을 알아보게 되었다. 결국 한 복지관의 기초재활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서 시각장애인으로서의 두 번째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2002년 7월에 사고가 났고, 그해 12월에 퇴원해서 6개월가량을 집에서 보내다 사고 난 지 약 1년 만에 재활을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재활 시기가 무척 빠른 편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시각장애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는 10대 후반의 무모함이 빚어낸 뜻밖의 행운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20대가 된 나는, 성인이 되었으니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한 체험전시 업체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 평생의 반쪽이 될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지금의 남편은 우연하게도 내가 최근에 이사한 옆 동네에 살고 있었고, 나이도 동갑이었다. 내가 남편의 사수이기에 업무 교육을 하면서 우리 둘은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러다 내가 남편의 안내견에 관심을 두면서 우리 사이는 그 전보다 급속도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남편의 추천으로 이제는 은퇴해 내 곁에 없는 안내견 지미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안내견 파트너 커플로 약 4년 6개월간의 긴 연애 끝에 2014년 5월, 마침내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세 살 말괄량이 공주님의 부모가 되어 매일을 육아 전쟁 속에서 치열하게 보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또 그 사랑의 결실을 맺어 부모가 되는 모든 과정이 우리의 삶에 있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일인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준비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시각장애를 가진 채 이러한 일들을 준비하고 무사히 치러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결혼과 임신, 출산, 그리고 양육. 나 역시 내 일이 되기 전까지는 단 한 줌의 관심도, 지식도 없던 단어들이다. 아니 결코 내 일이 될 거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런 내가 시각장애를 가진 예비신부로서 결혼을 준비하며 겪었던 여러 가지 어려움과 또 그것을 해결할 수 있었던 나만의 노하우는 무엇인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임신과 출산, 육아의 과정에서 생기는 시각장애인 엄마의 일상도 살짝 곁들여볼 생각이다.
  어찌 보면 굉장히 사소하고 개인적인 내용이라 생각될 수 있겠지만, 앞으로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예비 시각장애인 부부에게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긴 망설임 끝에 부족한 필력으로나마 연재를 시작해본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의 격려와 응원을 기대하며 첫 글을 마친다.
(2018. 5. 15. 제10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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