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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촛불(이헌진)
작성자 점자새소식 작성일 2018-04-13 오후 3:17:08 (조회 : 93)
촛불

이헌진
  작년이었을까. 특별한 날이었던 것 같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바쁘게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베란다에는 촛불이 놓여 있었다. 특별한 날이나 기도를 할 때 어머니께서는 언제나 촛불을 켜고 생각에 잠기곤 하셨다.
  촛불을 보고 있으면 언제나 신비로운 기분에 사로잡힌다. 수수하게 불을 밝히는 촛불의 빛은 네온사인에서 나오는 빛이나 형광등 빛과는 다르다. 영롱한 빛과 일렁이는 흔들림은 가만히 심지를 응시하도록 끌어들인다. 그러나 가만히 촛불을 바라다보면 볼수록, 매혹적인 빛 뒤에 나를 슬프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왜 그런 것일까. 왜 저 아름다운 빛을 보면서 나는 이렇게도 우울한 감정이 드는 것일까. 마치 붉은 입술의 여인이 추는 매혹적인 춤처럼 보이는 촛불의 움직임이 왜 그렇게 날 가라앉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라앉은 마음으로 촛불을 30분 정도 바라본 것 같다. 이미 키가 작았던 초는 시간이 지날수록 불빛도 볼품없어지고, 키도 점점 작아지다 끝내 꺼져버렸다. 촛대를 보니 남은 것은 촛농 조각과 타버린 심지뿐이었다. 형형한 불빛을 언제까지고 밝힐 것만 같았던 초도 남는 것이라곤 촛농과 그리고 검은 심지뿐이라는 생각을 하니,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남겨진 촛농과 검은 심지는 촛불의 시간이 흘러서 끝에 다다랐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촛불이 꺼지는 것을 보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부모님이었다. ‘이제 나의 부모님도 촛불처럼 얼마 남지 않았겠구나’, ‘이제 별로 시간이 많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자, 순간 울컥했다.
  나는 평소에 부모님에게 차갑고 무관심한 듯 굴었다. 다정한 물음에도 무뚝뚝한 대답으로 일관하곤 했다. 하지만 이런 나의 반응에도 부모님은 언제나 똑같이 나에게 말을 걸어주시며,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따뜻한 말과 행동이 나는 싫지 않았다. 그러나 표현이 서툰 탓에 마음과는 다른 태도로 대했다.
  하지만 ‘이제 나를 보며 먼저 건네는 손길과 말들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오늘도 다음 날도 똑같이 내게 다가와서 날 편안하게 해주는 이 존재들이 사라지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자 너무나도 슬펐다.
  중국의 옛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하루 종일 봄을 찾아다녔으나 보지 못했네.
  짚신이 닳도록 먼 산 구름 덮인 곳까지 지쳐 돌아오니
  창 앞 매화 향기 미소가 가득
  봄은 이미 그 가지에 매달려 있었네.”
  옛 시처럼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 그러나 가까이 있는 행복을 진정 깨닫지 못하고 언제나 멀리 있는 행복을 찾아다녔다. 언제나 내 곁에 있는 이들과의 행복한 생활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감사한 일인지 잘 몰랐다. 이런 내게 촛불은 내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촛불의 교훈을 되새기며 매일을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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