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놔유, 죽어도 못놔유
김무경(실로암요양원 목사)
연기자들을 보면 썩 잘 생기지 않았는데도 시청자들의 사랑을 오래도록 받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한 분이 여러분도 잘 아시는 ‘전원일기’에서 ‘일용엄니’ 역으로 유명한 탤런트 김수미 씨입니다.
그녀가 쓴 책 가운데에 일곱 살 때 경험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있어 소개합니다.
어느 여름날 아버지를 따라서 들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막내딸인 수미에게 막내딸 이상으로 아끼는 송아지를 맡기고 개울로 멱을 감으러 갔습니다.
아버지가 딸에게 송아지를 맡기면서 말하기를, “큰 성 시집갈 밑천이여, 잘 먹여.”
얼마 후, 갑자기 천둥소리가 요란하더니 온 천지가 깜깜해졌습니다. 얌전히 풀을 뜯던 송아지가 천둥소리에 놀라 언덕 아래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수미는 밧줄을 팔에 감았습니다. 송아지가 언덕 아래 자갈밭에 도착하자 수미는 그만 쓰러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질질 끌려 자갈밭을 뒹굴며 끌려갔습니다. 손이 터져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고 가냘픈 옷은 찢겨졌고 배에서 가슴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언제 달려왔는지 아버지가 천둥소리만큼이나 큰 소리로, “밧줄을 놔 버려, 밧줄을 놔 버려” 하고 소리를 소리쳤습니다.
그러나 어린 수미는 가시덤불에 팔뚝이며 배가 쓸려서 시뻘건 피를 흘리면서도 소리를 쳤습니다.
“못 놔유, 죽어도 못 놔유! 우리 성 시집 못 가유!”
구르다시피 뒤쫓아 온 아버지는 송아지를 멈춰 세웠고, 가슴이 찢겨져 피가 뚝뚝 떨어지는 어린 딸을 품에 안고 아버지도 딸도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요양원의 어르신들은 돈이 많아서 요양 차 와 계신 분들이 아닙니다.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가슴 아픈 사연들이 너무 많습니다. 어쩌면 가족들을 떠나 이곳에 와 있는 것이 본인들로서는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우리가 아무리 잘 보살펴 드린다고 해도 마음만큼은 자녀들을 바라고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우리 어르신들을 보면서 내가 할 일이 무언가 고민해봅니다. 목사랍시고, “잘 될 겁니다!! 하나님 믿고 기도하세요.”라고 말은 하지만 과연 이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될까 고민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면, “못 놔유! 못 놔유! 주님 절대로 못 놔유! 주님을 놓치고 나면 지는 망해유! 그래서 주님을 절대로 놓을 수 없이유”라고 절규라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도 어르신들에게 “어르신들, 원망하고 싶으면, 원망하시고요. 소리 지르고 싶으면 실컷 소리 지르시고, 욕하고 싶으면 실컷 욕 하세요. 하나님께서 이러는 우리를 절대로 때리지는 않으실 겁니다.”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래도 힘없는 목사가 할 수 있는 말은 “어르신들, 김수미 씨가 송아지 밧줄을 잡고 늘어졌던 것처럼 우리도 끝까지 붙잡고 늘어져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께서 주신 삶의 밧줄입니다. ‘이제 다 살았으니 죽어야지’ 라고 실망하지 마시고, 주님만 붙들고 힘내세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