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무작정 긍정의 힘: 보행이야? 아니 여행이야(2)
장용전
지난 화에 이어 블라인드스퀘어의 특징을 살펴보도록 한다. 블라인드스퀘어가 무엇인지는 1004호의 1화를 참고하시면 좋을 듯싶다.
1. 표시하는 거리는 무조건 직선이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상당히 낭패를 당할 수 있는데 심지어 벽을 뚫거나 날아가야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실제의 거리는 1km를 가정하였을 때 500m 정도의 차이가 더 발생한다. 왜냐면 꺾여서 다시 그 방향으로 돌아가는 길이 있을 수 있어서 그렇다.
2. 주소 찾기를 통해 찾지 않고 지명이나 건물명으로 찾게 되면 간혹 지도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딴 데로 안내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내비게이션(이하 내비)의 잘못은 아니다. 다만 내가 찾던 농협이 지난달 이사를 갔을 뿐이다. 그러므로 웬만하면 주소로 찾는 것이 좋다.
3. 내비는 건물 안이나 복잡한 골목에서는 제대로 된 데이터를 수신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자신감을 가져야 하는데 데이터가 연결되어 정확한 거리와 방향이 표시되는 곳까지 무작정 방향감각을 믿고 걸어야 한다. 절대 멈추지 말기를. 말 몇 마디로 내비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해답은 헤매 보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화장실에 앉아서 T맵으로 현재의 우리 집 주소를 찍은 적 있는데 100m 전방이 목적지라고 하길래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더니만 한다는 말이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하더라만. 건물 안에서는 100m를 헷갈려버린다. 앉으니까 100m라고 하고 일어나니까 도착했다고 하고 몇 번 신나서 재미있게 놀았다. 이런!
4. 내비는 문을 찾아주지 못한다. 다만 목적지 근처를 표시하기만 하지. 당최 가까운 거리에서의 문을 찾아주지 못하니까 작년 12월 말 집 바로 앞에서 영하 15도의 날 아주 30분간 지긋이 개 떨 듯 떨었드랬다. 이것도 요즘은 경험치가 생기니 헤매지 않는다. 처음에도 이야기한 바 있지만 내 주소를 이야기해봤자 사람들은 모른다.
키파인더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수신부에 열쇠를 걸어두고 송신부의 버튼을 누르면 열쇠가 달린 열쇠고리에서 비프음(사용자의 주의를 끌기 위해 내장된 스피커를 통해 내는 경고음)이 난다. 요녀석을 구매해서 집 대문이나 우편함 등에 넣어두고 눌러서 소리를 듣는 것도 방법이겠다. 난 사실 이걸 그냥 헤매고 또 헤매서 몸에 익히는 근성으로 버텨냈다. 내가 좀 무식해서 말이지!
5. 가장 결정적인 것인데 아이폰용 앱이다. 게다가 가격도 5만 원쯤 한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이런 걸 좋다고 추천하면 사고서 못 쓰는 사람들의 욕설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래서 이미 욕을 많이 먹은 상태이다 쿨럭!
마지막으로 시각장애인의 보조공학기기, 그 기술들은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하지 못한다. 다만 내가 가능한 영역의 10%나마 넓혀줄 수 있다면 한 번쯤 사용해볼 만하다. 특히 음성신호유도리모컨이 그러한데 어디서는 화장실도 알려주고 출구도 알려주는데 수도권에서만 잘되는가 하면 수도권이라도 안 되는 곳이 태반이다. 그러나 미처 배출하지 못한 녀석들이 막 당장 밀고 나오려고 할 때 처음 내린 지하철역에서 “오른쪽은 남자 화장실입니다”라는 안내멘트를 듣는다면 정말 감동적일 것이다. 내가 그랬으니까!
보행이란 흥겹게 동네 골목길을 마실 나온 듯 이국을 여유롭게 여행하듯이 저주하지 않고 분노하지 않고 그러면 재미질 것이다. 매우 즐거울 것이다.
그나저나 복잡한 출퇴근길에서 제일 성가신 게 빨리 가면 앞사람 뒤꿈치 밟고 늦게 가면 뒷사람이 내 뒤꿈치 밟더라고. 이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데 보행 내비 이건 좀 해결이 안 되겠니?
더 이상 우리는 내비의 존재 덕분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놓고 “그래서 너 어딘데”라고 물었을 때 “제가 시각장애인이라 어딘지를 모르겠거든요”하는 어정쩡한 말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조만간 복지콜 접수, 연결 프로그램 역시 애플리케이션으로 변한다고 하니, 기대해볼 만하다.
군사위성이 보유한 위치정보와 기술이 민간에 완벽하게 공유되는 그 순간 우리는 또 한 번 박수를 치며 ‘올레’를 외칠 수 있을 것이다.
궁금하신 내용이나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hoypoy0624@naver.com으로 주제를 전송해 주십시오. 적극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편은 여름철 핫 아이템인 블렌더, 즉 믹서기를 다루어보려고 합니다. 3편의 점자새소식 원고료를 투자한 장용전의 블렌더 사용기 기대해주세요.
1. 표시하는 거리는 무조건 직선이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상당히 낭패를 당할 수 있는데 심지어 벽을 뚫거나 날아가야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실제의 거리는 1km를 가정하였을 때 500m 정도의 차이가 더 발생한다. 왜냐면 꺾여서 다시 그 방향으로 돌아가는 길이 있을 수 있어서 그렇다.
2. 주소 찾기를 통해 찾지 않고 지명이나 건물명으로 찾게 되면 간혹 지도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딴 데로 안내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내비게이션(이하 내비)의 잘못은 아니다. 다만 내가 찾던 농협이 지난달 이사를 갔을 뿐이다. 그러므로 웬만하면 주소로 찾는 것이 좋다.
3. 내비는 건물 안이나 복잡한 골목에서는 제대로 된 데이터를 수신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자신감을 가져야 하는데 데이터가 연결되어 정확한 거리와 방향이 표시되는 곳까지 무작정 방향감각을 믿고 걸어야 한다. 절대 멈추지 말기를. 말 몇 마디로 내비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해답은 헤매 보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화장실에 앉아서 T맵으로 현재의 우리 집 주소를 찍은 적 있는데 100m 전방이 목적지라고 하길래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더니만 한다는 말이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하더라만. 건물 안에서는 100m를 헷갈려버린다. 앉으니까 100m라고 하고 일어나니까 도착했다고 하고 몇 번 신나서 재미있게 놀았다. 이런!
4. 내비는 문을 찾아주지 못한다. 다만 목적지 근처를 표시하기만 하지. 당최 가까운 거리에서의 문을 찾아주지 못하니까 작년 12월 말 집 바로 앞에서 영하 15도의 날 아주 30분간 지긋이 개 떨 듯 떨었드랬다. 이것도 요즘은 경험치가 생기니 헤매지 않는다. 처음에도 이야기한 바 있지만 내 주소를 이야기해봤자 사람들은 모른다.
키파인더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수신부에 열쇠를 걸어두고 송신부의 버튼을 누르면 열쇠가 달린 열쇠고리에서 비프음(사용자의 주의를 끌기 위해 내장된 스피커를 통해 내는 경고음)이 난다. 요녀석을 구매해서 집 대문이나 우편함 등에 넣어두고 눌러서 소리를 듣는 것도 방법이겠다. 난 사실 이걸 그냥 헤매고 또 헤매서 몸에 익히는 근성으로 버텨냈다. 내가 좀 무식해서 말이지!
5. 가장 결정적인 것인데 아이폰용 앱이다. 게다가 가격도 5만 원쯤 한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이런 걸 좋다고 추천하면 사고서 못 쓰는 사람들의 욕설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래서 이미 욕을 많이 먹은 상태이다 쿨럭!
마지막으로 시각장애인의 보조공학기기, 그 기술들은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하지 못한다. 다만 내가 가능한 영역의 10%나마 넓혀줄 수 있다면 한 번쯤 사용해볼 만하다. 특히 음성신호유도리모컨이 그러한데 어디서는 화장실도 알려주고 출구도 알려주는데 수도권에서만 잘되는가 하면 수도권이라도 안 되는 곳이 태반이다. 그러나 미처 배출하지 못한 녀석들이 막 당장 밀고 나오려고 할 때 처음 내린 지하철역에서 “오른쪽은 남자 화장실입니다”라는 안내멘트를 듣는다면 정말 감동적일 것이다. 내가 그랬으니까!
보행이란 흥겹게 동네 골목길을 마실 나온 듯 이국을 여유롭게 여행하듯이 저주하지 않고 분노하지 않고 그러면 재미질 것이다. 매우 즐거울 것이다.
그나저나 복잡한 출퇴근길에서 제일 성가신 게 빨리 가면 앞사람 뒤꿈치 밟고 늦게 가면 뒷사람이 내 뒤꿈치 밟더라고. 이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데 보행 내비 이건 좀 해결이 안 되겠니?
더 이상 우리는 내비의 존재 덕분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놓고 “그래서 너 어딘데”라고 물었을 때 “제가 시각장애인이라 어딘지를 모르겠거든요”하는 어정쩡한 말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조만간 복지콜 접수, 연결 프로그램 역시 애플리케이션으로 변한다고 하니, 기대해볼 만하다.
군사위성이 보유한 위치정보와 기술이 민간에 완벽하게 공유되는 그 순간 우리는 또 한 번 박수를 치며 ‘올레’를 외칠 수 있을 것이다.
궁금하신 내용이나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hoypoy0624@naver.com으로 주제를 전송해 주십시오. 적극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편은 여름철 핫 아이템인 블렌더, 즉 믹서기를 다루어보려고 합니다. 3편의 점자새소식 원고료를 투자한 장용전의 블렌더 사용기 기대해주세요.
(2018. 7. 15. 제1005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