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있는 임직원
윤윤호 (알곡시각장애인 선교회 대표)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조종사 자격증, 바다 수로를 왕래하는 배는 선장 자격증을, 육지를 달리는 각종 자동차는 운전기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되고 이밖에 의원, 약사, 공무원 등 모든 분야에 취업하려면 이 방면에 당당한 자격증을 취득해야 됨을 법률은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나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불법마사지사, 무자격안마사들에 대한 부당한 이야기는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으므로 더 이상 이 계통에 관한 내용은 말하지 않겠으나, 어떤 사람이 우리 시각장애인계의 자격이 있는 당당한 일꾼인가를 지적해 보고 싶다.
시각장애인복지관, 한시련, 안협 등의 지부・지회마다 적게는 수 명에서 많게는 수십 명 이상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진정한 모성애가 어린 자식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위험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라고 했을 때 시각장애인 단체의 임직원은 어떤 정신 자세가 필요할까!
사람이 사는 동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직장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값이면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곳에 더 깊숙이 빠져 들어가 볼 수는 없는지! 갈수록 덕스럽지 못한 부정 불의한 사건들만 빚어지고 성실과 충성이란 두 글자는 점점 지워져 가는 현실인 것 같다.
시각장애인 단체에 근무하는 종사자는 그 정신이 시각장애인 세계를 알고도 남음이 있도록 그 속에 푹 잠겨야 하고, 선장은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위험을 체험해 보아야 선객을 버리고 달아나는 비겁한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것이다. 맹학교 교사로서 도덕의 부패성을 보여준 성추행 소동 사건을 보나 세월호 참사를 보나 참으로 자격이 있는 당당한 임직원이 드문 시대임을 절실히 느껴본다.
이제 여기서 과거 내가 경험한 바를 그대로 말씀드린다. 오래전 우리 선교 사무실에 젊은 가정주부 한 분을 간사로 두었는데 대학을 나왔다는 이가 어찌나 실수를 많이 하는지 한마디로 몸은 동쪽에 두고 마음은 서쪽에 가 있는 것이었다. 좀 더 정성껏 잘해 보라고 해도 여전히 그 모양이고 달라지는 태도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어느 종합사회복지관에 봉사할 기회가 있어 오후 시간에 몇 차례 가서 어린이 초등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었다면서 그들을 상대해 보니까 '절로 힘이 솟는다'고 지상 없이 자신이 느낀 대로 내게 털어놓는 것이 아닌가! 정신 상태가 그 정도니 하루라도 여기에서 일할 자격이 없는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또 한 번은 우리 사무실에 중년층의 여직원을 두었는데 그도 역시 자격 있는 직원으로는 볼 수 없었다. 오전 9시로 정해진 출근시간도 늘 어기고, 어느 여름날은 아침 10시가 되어도 도착을 안 하기에 왜 이렇게 늦지 하고 시계를 보았더니 '나 늦게 온다고 시계만 보고 있지요'하는 것이다. 이런 약삭빠른 눈초리로 시각장애인의 태도만 엿보는 직원이 다른 기관에도 없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그 자매 혼자서 사무실 주방에서 밥을 해 먹는데 자기 아들과 며느리 될 애인도 데려다 놓고 식사를 같이 할 때가 빈번하여 선교 대표자인 나에게 불쾌한 짓을 예사로 하곤 했었다.
오래 전에 들은 실화로 모 시각장애인 단체의 어느 회원이 직원의 안내로 치과에 갔는데 비용이 2천 원 모자라 같이 간 직원에게 빌려서 계산하고 돌아온 후 며칠간 여행을 다녀오느라 제법 오랜만에 갔더니 '빌린 돈 어서 안주느냐' 고 호통을 치더라는 것이다. 2만 원도 아니고 불가 2천 원, 그 정도 희생도 할 줄 모르는 직장인이 어찌 자격 있는 임직원으로 대우를 받겠는가. 모든 장애인 단체 임직원이 다 그래야 하지만 특히 시각장애인 종사자는 마음도, 정신도, 약간의 물질까지라도 희생할 줄 아는 태도가 보이지 아니하면 결코 자격 있는 일꾼으로 보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