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최명근(침술업)
어린 시절, 왜 거짓말의 색깔을 새빨갛다고 했을까? 하는 의문을 품은 적이 있었다. 어른들에게 물어봤지만 그 누구도 시원하게 대답해 준 이가 없었다. 심지어는 내 국어 선생이셨던 우리 어머니조차도.
거짓말하는 이의 속은 당연히 엉큼할 것이니 컴컴한 그 속에서 나온 것이니 만큼 시커먼 혹은 새까만 거짓말이라고 해야 하지 않았을까?
어렸을 적 풀지 못하던 이 궁금증을 나는 올 들어서 겨우 풀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세월호 참사의 대가로. 거짓말이 새빨갛다는 것은 거짓말하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하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로 피해를 본 사람을 중심에 두고 한 말인 것이었다.
“학생들은 동요하지 말고 지시에 따르도록 하라!”라는 세월호 책임자들의 방송을 들은 희생자들과 그 유족들은 피를 본 것이다. 그러니 그 거짓말의 색깔은 새빨갈 수밖에!
거짓말을 화두로 내어 놓았으니 한 마디 더 보태볼까 한다.
북한 땅에서 살 수 없어 탈북해 온 새터민들이 “남한 사회는 웬 거짓말들을 그렇게 많이 하는지 살 수가 없습네다!”라고 했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이 말을 들은 당신의 첫 반응은 어떠했는지 묻고 싶다. 탄식이었던가? 아니면 허탈한 웃음이었던가? 그도 아니면 대수롭지 않은 피식 웃음이었던가? 아마도 당신의 첫 반응은 첫 번째는 아니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왜? 우리 사회는 거짓말이 이미 일상화되어서 면역이 되어 있기 때문이기에. 아닌가? 내 말이 틀렸는가? 그렇다면 나는 다행스럽게 여기면서 당신을 존경하겠다!
여기에서 보훈의 달을 맞았으니 얘기의 방향을 잠시 틀어보자. 우리나라의 진정한 위기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경제 불안? 북한 핵? 좀 더 시야를 넓혀 일본의 우경화?
아니다! 결코 그 따위들은 큰 것이 못 된다. 왜? 여태까지 그것들은 잘 해결해 온 경험이 있는데다가 앞으로도 이들에 대해서는 대다수 국민들이 공감하고 대비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니까.
그렇다면? 진정한 위기는 단일민족임을 자랑하면서도 거짓말을 화폐처럼 통용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 생각한다.
기독교인들에게 “십계명 중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두지 말라”고 답할 것이다. 왜? 목사들이 그렇게 가르쳤으니까. 그러나 이는 선후를 깨닫지 못한, 대단히 잘못된 교훈이라 생각한다.
우스갯소리가 있지 않던가! 사윗감을 고르는 아버지가 술 안 한다, 화투도 모른다, 여자도 모른다 하는 사윗감에게 취미가 뭐냐고 물었더니 “그런 것은 다 안 하는데 거짓말은 조금 합니다.”라는 소리에 실망했다는….
이제 목사들은 문자적 순서에 얽매여서 십계명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 당연히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십계명의 첫째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여야 한다.
그것이 원문에는 비록 아홉 번째로 나오기는 하지만 믿는 행위의 본바탕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공자는 나라를 유지하는 세 가지로 먹을 것과 이를 지킬 병사와 이들을 다스릴 수 있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 세 요소 중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냐고 집요하게 묻는 제자에게 그는 믿음이라고 일러주었다. 공자가 과연 시공을 초월한 성현이라고 일컫기에 부족함이 없는 가르침이라 여겨진다.
인류의 스승의 가르침이 이러한데 지금 우리는 거짓을 만들어 밥값을 하려다 들통 난 공무원들을 보고 있으며, 그곳이 국가정보원이란 부서이며, 이 거짓에 대하여 국가 경영자들 간에는 책임감도 없으며, 그에 대한 심각한 위기의식도 없다. 거짓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이토록 국가 전체에 만연해 있는데도 이에 대한 경고를 하는 지도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살인은 개인을 죽이는 데에 그치지만 거짓은 사회를 죽이는 데에까지 그 폐해가 이른다는 엄청난 사실에 대한 자각이 없는 우리가 과연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우리 자손들에게 영달을 유전할 수 있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세계 최강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작은 우리나라가 더 큰 국가적 위기를 어디에서 달리 찾아볼 수 있겠는가?
40년 만에 귀국한 파독 간호사 출신 할머니 환자에게 “독일인들은 어때요?”라고 물은 적이 있었다.
“독일 사람들요? 정직하지요!”
이 같은 문답이 우리나라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는 외국인들 간에 있었다면?
열강의 틈바구니에 끼여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영존키 위해서는 단합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빨간 피를 보게 하는 거짓말에 대한 이제까지의 우리의 태도를 개혁해야 한다.
남의 거짓에 대해서도 분노해야 하겠으나 자신의 거짓에 대해서도 분노하거나 최소한 부끄러워할 줄 아는 국민성을 가져야 한다.
사회적 분위기로 보건대 이 교육은 오로지 종교계에서만이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종교계 인사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